기억전달자'The giver'

-로이스 로리 / 비룡소-

 

우선 표지가 어둡습니다. 검은 바탕에 할아버지의 얼굴-근심이 서린 듯 약간 찡그린 얼굴로 앞을 내다보고 있는-어렵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배경은 미래의 어느 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개인의 선택에 따르는 어떠한 종류의 잘못도 있을 수 없고,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분란의 소지를 모두 제거해 버린 완전한 사회입니다. 아이들이 열두 살이 되면 마을 원로들은 그들이 평생 해야 할 일을 정해줍니다. 배우자도 신청을 하면 심사해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 줍니다. 아이들도 신청하면 직업이 산모인 사람이 낳은 아이들 중에서 배급해 줍니다. 한 집에 2명씩. 엄마, 아빠, 자녀 2명이 이상적인 기초가족단위입니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한 해에 50명으로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스피커로 마을 사람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명령을 따르지 않고 중대한 잘못을 세 번 이상 저지르면 '임무해제'당하여 마을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임무 해제된 사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주인공 '조너스'가 열두 살에 받은 직위는 '기억보유자(Receiver)'입니다. 이전의 기억(인류 전체의 역사)을 기억하고 있다가 '늘 같음 상태'가 깨지는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그 기억들로부터 얻은 지혜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직위를 수행하기 위해 조너스는 '기억전달자(Giver)'로부터 기억을 전달받는 훈련을 합니다.

조너스가 전달받은 기억들은 사랑, 고통, 즐거움, 공포, 굶주림 등 마을 사람들에게는 통제되어 전혀 느끼지 못하는 온갖 감정들입니다.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 조너스는 어떻게 할까요? 자신에게 주어진 그 직위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요?

인간적인 감정을 모두 통제당하는 대신 마을 사람들은 어떠한 모험이나 위험도 없는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보장받습니다.

친숙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세계-폭력도, 가난도, 편견도, 장애도, 불의도 없는 세계-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까요?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은 미래사회가 과연 유토피아인가 하는 것과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대한 통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미래사회를 다룬 소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조지오웰의 '1984'일 것입니다. 1984는 언어와 역사가 철저히 통제되고, 성 본능은 오직 당에 충성할 자녀를 생산하는 수단으로 억압되며, 획일화와 집단 히스테리가 난무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가 박탈된 전체주의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두 소설을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극단적인 통제를 통해 사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우리는 이런 극단적인 통제나 감시를 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의 많은 영역에서-가정, 학교 등-알게 모르게 통제받고 통제하고 있지는 않은 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획일화된 성공 모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수많은 선택의 상황에서, 그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해도, 그 선택으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되더라도 그 고통까지도 감싸 안고 극복해나가는 것이 진짜 삶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과학기술발달이 가져온 혜택들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들인지도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