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무급휴직자 복직합의’ 속의 분노할 진실
쌍용차가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3년 5개월 만에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합의”를 발표했다. 뉴스보도를 접한 지인들이 들뜬 소리로 잘됐다며 전화를 한다. 마치 쌍용차문제가 해결된 듯 호들갑을 떤 언론 보도 탓이다.
무급 노동자 복직을 합의했고 3월 1일부로 복직을 시킨다는 약속을 사측이 지킨다면 그것 자체로 나쁜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쌍용 사측이나 쌍용 노동자측을 대표한다는 기업별 노조 측은 이번 발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년 5개월 전에 이미 복직이 아니라 복귀시키기로 노사정 합의를 통해 대국민 선언을 한 내용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 하지만 그 속에 켜켜이 쌓인 사연과 아픈 시간을 외면해서는 진정한 문제 해결은 없다. 진심으로 말하지만 진실 되고 옳은 것이 좋은 것이다.
무급노동자를 대신하여 노사 협의를 하는 기업별 노조는 지난 시기 무급노동자는 조합원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무급노동자들은 기업노조를 대상으로 조합원 지위 확인 소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마치 무급노동자의 고통을 헤아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이나 한 것처럼 말한다. 정말 더러운 위선이다.
더 큰 문제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의 몸통인 정리해고 노동자 복직문제는 아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회사는 기업별 노조를 동원해서 이런 발표를 했을까?
첫째는 쌍용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국민들에게 착시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둘째는 착시효과를 통해 자기들은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음을 시위하고 그것을 이유로 여야후보 모두가 약속한 국정조사를 막아보겠다는 속셈이다. 이미 국회 청문회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는 진실만으론 쌍용차 회사의 잘못을 시정하지 못했다. 국정조사는 진실을 법적으로 밝히고 잘못된 점을 실제로 시정하는 조치다. 이런 법적 규정만이 쌍용자동차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쌍용차는 거짓으로 이익은 본 이들이 운영하고 있다. 진실을 감추고 노동자가 희생을 감수하고 침묵하는 것이 회사의 정상화라고 생각하는 짐승만도 못한 정치인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이 합작하여 국정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물 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셋째는 무급노동자들의 임금소송이 막바지에 와 있다. 2009년 8월에 복귀시키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무급노동자들이 임금소송을 했다. 당연히 무급노동자들이 승소할 재판이다. 이런 법적 물질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번 발표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쌍용자동차는 복귀의 조건으로 무급 노동자에게 임금 소송의 포기와 조합원 지위 확인 소송의 포기한다는 확약서를 요구했다.
최근 공장에서 목을 맨 노동자를 포함하여 쌍용자동차는 무려 2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어떤 회사 임원진들의 생존을 위해 이렇게 많은 노동자를 죽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중 19번째 사망자가 무급 노동자였다. 2009년도 최초 합의서가 지켜지기만 했어도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죽음이다. 이런 죽음의 당사자가 이번에 노사합의를 발표한 바로 그들이다. 사죄하고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복직이라는 미끼로 3년 6개월의 고통을 포기하라고 하고 있다. 정작 확약서는 이미 약속을 어긴 사측과 기업별 노조가 써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지금 쌍용은 도둑이 매를 든 꼴이다.
쌍용뿐일까? 한진중공업에서는 복직 직후 또 휴업을 때렸다. 콜트 콜텍에서는 흑자가 나는 상태에서 장래 올 위기를 상상해서 정리해고를 했다. 그리고 공장을 해외로 옮겨 일자리 없애고 세금을 줄였다. 나라와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기업을 옹호하는 정부와 법정이 이상하다. 노조를 없애기 위해 전 직원을 감시하고 노동자들을 토마토 사과 배로 분류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충심이라고 믿는 괴물 기업들이 사방천지다. 돈이면 다라는, 이윤을 위해 인간을 추방해도 된다는 자본의 논리가 어떤 제재 없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투기꾼 조지 소로스조차 자본은 무도덕한 존재라 했다. 사람이 돈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 무도덕한 돈이 사람을 지배한다. 그 결과 쌍용차 등 반인간적인 버르장머리가 당연시되고 있다. 우리는 정말 사람의 세상을 살고 있을까? 우리는 정말 우리에게 사람일까?
쌍용자동차는 회계조작과 기획파산으로 정리해고를 하고 회사를 팔아넘겼다. 정리해고 자체가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의 정상화는 진실을 규명하고 거짓과 사기로 이득을 본 놈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지우고 정리해고자들을 원직에 복직시키는 것이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국정조사가 방해 된다는 논리는 진실 규명을 하지 말자는 논리인데 진실의 햇살에 위협을 느끼는 존재는 그저 어둠 속 부정부패의 습기에 기생하면서 생명을 갉아 먹는 곰팡이들이다. 살인하고 이미 죽은 것 어떡하나 산 사람이라도 살자는 것은 살인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연쇄살인자에게 면죄부를 주며 노동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곰팡이 정치의 선두에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몽니가 있다. 야당이 그를 한구바리게이트라 부르는 이유다.
문재훈(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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