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過怠料) 유감(有感)
해고자들이 칼날 추위에도 출근 선전전을 하는 곳이 많다. 그래서 시간이 대는 대로 해고자들의 출근 선전전에 결합한다. 출타를 준비하면서 본 티브이 아침 뉴스에 자기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서울시 방침에 대한 논란이 보도되고 있다. 과태료, 행정상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과하는 일종의 벌과금이다. 행정에 대해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없고 게으른 개인에게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로써 형법에 형명이 없는 벌이다.
작년에 경찰이 경범죄처벌법을 강화하면서 구걸을 시키면 8만원 구걸을 하면은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것의 적용이 아마 올 3월일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참으로 몹쓸 세상이라 생각했다. 한 끼 먹을 것 없는 이에게 5만원을 어떻게 내라는 말인가? 5만원을 낼 수 있는 능력이면 왜 구걸을 해겠는가 말이다. 조례를 만들어 발표만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 이 공공의 정의와 인간에 대한 존엄을 생각하지 않는 법 만능의 생각은 사실은 독재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뉴스에서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의식이 성장하여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그놈의 시민의식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민이 아닌 행정에 필요한 도구가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왜냐면 시민의식이란 공화(共和)민 의식이다. 공화국의 시민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적 이해가 절제되어야 함을 약속한 체제다. 빈부격차에 의한 차별과 불공평을 법을 통해 조절하는 것을 인정하는 체제다. 그래서 복지나 인권 그리고 사회적 기본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체제다. 시민의식이란 그러니깐 책임만 많이 지는 것이 아니라 불의한 돈과 권력 그리고 법 제도와 관행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과 공공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깨어있는 시민의 의식이다. 근데 어떻게 된 것인지 요즘은 공공의 책무를 개인에게 돌리는 것에 너그러운 것을 시민의식이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원래 쓰레기 수거는 행정의 몫이었다. 행정이 하는 공공서비스의 필수 영역이었다. 그런데 환경 운운하면서 분리수거를 개인의 몫으로 돌리고, 공공 서비스 기능의 금전적 몫을 쓰레기봉투 유료화로 개인에게 돌리다 못해 이제 행정의 일을 대신 해 주는 개인에게 분리수거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난리다. 자기 일을 대신 해 준 것인데 당사자가 자기일 남이 안 한다고 행패를 부리는 꼴이다. 눈을 치우는 것은 당연히 공공의 영역이다. 제설은 도로 관리의 부분이기 때문이다. 도로 관리에서 관리란 일반적으로 사업을 경영하거나 물적 설비의 유지관리를 하는 등의 국가작용을 의미한다. 그것은 일종의 통제권인데 통제 즉 지배권은 그만큼의 전적인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것이다. 도로가 불편한 것은 행정당국이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없고 게으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제 자기의 의무는 저버리고 권리만 행사하며 그 의무를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말로 시민들 특히 서민들에게 들씌우고 있다.
돈 많은 자들이야 사람 사서 쓰면 된다. 의료보험이 부자들에겐 자기 병원에서 이윤을 적게 내는 불편한 것이지만 서민들에게 보험 수백 개 든 것보다 효자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혹시 서울시는 예전에 일자리를 살려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화장실 관리가 개인에게 있을 때 골목마다 "똥퍼 똥퍼"하는 직업이 있었다. 골목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 골목마다 "눈쳐 눈쳐"하는 눈 치우기 전문 직업을 창출하려는 노력으로 과태료를 먹이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구걸하는 거지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보고 말단 경찰이 한 말이다. “타인 통행의 방해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고, 재산이 없는 이들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도 무의미하고 실행력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아니다. 기업이 잘 되는 것이 모든 것이라 믿는 이명박근혜정부는 거지에게도 과태료를 쥐어짤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지상 최대의 흑자에 수십조 재산이 늘었다는 부자들에겐 감세를. 서민들에겐 증세를 하는 심보를 보면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시민의식이란 공공의 영역을 키워 빈부의 격차와 삶의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지 나라가 시키는 대로 돈 더 내고 몸 더 대고, 아니면 처벌받는 것이 아니다. 이런 발상에 대한 많은 이들이 말한다.
"유신 독재의 향기가 난다."
국가는 의무를 백성은 권리를 우선하는 것이 '민주공화'다. 그 반대인 국가는 처벌의 권리를 백성은 돈과 몸을 대는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 봉건, 독재다. 그래서 법이 사람을 잊으면 굶주린 호랑이보다도 무섭다고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문재훈 소장(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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