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농구강습 중

올해 10살이 되어 십대자녀 학부모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부여해준 아들녀석은 축구선수가 꿈이다. 방과후 축구교실을 열심히 쫓아다니며 까맣게 그을은 아들의 얼굴은 보기만 해도 파릇파릇한 생기로 휴일이면 아빠와 운동장에서 뛰어 놀기를 원한다.

일요일이다. 다행히 우리 집 바로 앞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어 뛰어 다닐 공간은 충분하다. 나른한 오후나절에 졸리는 삭신의 유혹에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데 축구공을 들고 서성이는 아들의 간절한 바램이 온 몸을 통해 전해져 온다. 에구... 오늘 녀석에게 점수 좀 따볼까.. ㅎㅎ

“아들아, 아빠랑 축구하러 가자” 라는 한 마디에 녀석은 펄쩍펄쩍 뛰며 번개같은 속도로 옷을 챙겨입고 그 모습을 본 둘째도 질세라 자기도 가겠다며 신발부터 챙긴다.

축구공을 들고 도착한 곳은 집앞의 중학교 운동장. 그리 넓지는 않지만 다행히 텅비어 있어서 우리 셋이 뛰어놀기에는 최선이다. 옆의 초등학교와 다른 점은 농구골대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 모습이 나의 농구본능을 자극한다. 축구에 목마른 아들의 갈증을 30분 정도 풀어주고 농구공은 없지만 축구공을 손에 쥐고 농구를 시작하겠노라고 선포하니 아들은 축구를 더 해야하는데 하더니 그래도 괜찮다며 동의해 준다.

농구를 해본지 몇 년이 지난 지도 모르겠다. 군대 있을 때는 입에 거품물 정도로 한 여름 뙤약볕에서 농구를 했었는데 사회생활 하다보니 거리가 멀어진 것이겠지. 일단 아빠의 위용을 자랑하기 위해 레이업슛 시범을 보여주기로 하였다.

‘자 이만큼 거리를 두고 바운딩하면서 골대 밑에서 뛰어 오르며 넣는 거야, 아빠 하는거 잘 봐라..“


아들과 딸이 지켜보고 있다. 툭툭 공을 튀기며 골대 근처로 접근하는 순간, 발이 엉킨다. 스텝이 꼬인다. 공이 손의 지배를 벗어나고 있다. 몸뚱아리는 균형을 잃고 속도를 못이겨 앞으로 전진만 한다. 공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고 나는 골대 뒤 화단으로 돌진해서 거의 넘어질 뻔 하였다. 이런...

"하,하,하!!!” 한바탕 웃음으로 위기를 무마하고 재시도 해보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거 자식들 보기 민망하다.

“아빠 괜찮어.. 멋있어..엉” 아들의 위로에 그만 다리가 풀릴 지경이다.

열 번 정도를 시도한 끝에 몸의 기억회로가 재생되기 시작한다. 공이 의도한 지점으로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암. 아빠를 보라고..ㅎㅎ
아이들과 함께 한 일요일 오후는 그렇게 끝났다. 신이 난 아빠는 오늘 농구공을 주문하며 다음 주를 기약해 본다. 그런데 어떡하지? 이번 주말은 근무해야 하네..엉엉.

김희준(독산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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