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갈매기의 선물!

이틀 연속 회식일정을 마치고 널부러져 있는 휴일 아침이다. 조개구이를 진작부터 먹고 싶었다는 와이프의 교지가 아들을 통해 전해졌으니, 별 수 없이 길을 나선다. 사실은 나도 가고 싶었어..라는 비굴한 멘트와 함께..ㅠㅠ


목적지는 영종도이고 새로 생긴 인천대교를 거쳐 가보기로 하였다. 주말이었지만 교통흐름은 원활하였고 덕분에 시종일관 120을 달리는 거다. 160정도는 밟아줘야 스트레스 날라가는데.. 가족을 위해 살살..


인천대교 진입하는 지점에서 그 거대한 구조물을 실제로 보니 그 규모가 정말 놀랍기만 하다. 이런 기술이라면 세상에 못할 것이 없겠구나... 인간의 자만심이 바벨탑을 쌓기 전에는 충족이 안되겠구나...토목으로 쌓은 나라 토목으로 망하려나.. 수리수리마수리~~


다리 형태는 사장교이니 줄에 매달린 형국이렸다. 운전을 하며 옆을 바라보니 해면에서 최고 80m 상공을 달리는 것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사장교 구간을 지나 내려가는 길... 영종도에 진입하여 무의도 방면으로 빠지니 잠진도라는 조그만 섬으로 연결된 다리를 지나서 갑자기 여객터미널이 나온다. 얼결에 표까지 사게 되었다. 일단 여기로 진입한 차들은 차표까지 사게 유도한다. 뒤에서 계속 차가 들어오니 빼기도 난감하고 이래저래 2만원 뜯기는 거다. 어떻게든 외지인의 지갑을 털어보려는 얄팍한 상술이 엿보여 기분이 심히 꿀꿀하다.


배가 들어온다. 차들이 줄지어 내려오고 사람들은 떼지어 가방을 둘러 메고 왁자지껄 선착장으로 걸어온다. 호각소리가 나고 이젠 올라가는 차들과 사람들의 차례이다. 잠진도로 가는 뱃길은 멀지 않다. 갈매기들은 백만년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익숙한 자세로 배와 속도를 맞춰가며 사람들 주변을 맴돈다. 이런 장면을 놓치기 싫어 카메라를 한손에 들고 바닥에서 주운 새우깡 조각을 들고 갈매기를 불러본다. 왼손의 새우깡을 향해 접근하는 갈매기의 눈빛을 주시하며 녀석의 부리가 최대한 열리는 그 순간을 ‘찰칵’ 카메라에 담았다. 갈매기도 긴장했는지 새우깡과 함께 손가락도 물어버리고 날아가 버렸다.

아유 아파~~ 손가락도 먹이로 보였나보다. 하지만 날개 한쪽이 약간 잘린 걸 제외하고는 의외로 좋은 구도가 잡혔다
.


(나중에 이 사진은 경향신문 사진공모전에서 월간최우수작으로 선정되어 '니콘S6000' 이라는 폼나는 디카로 환생하였다. 갈매기가 물어다 준 선물이겠지..ㅎㅎ)


출발하고 배의 방향만 바꾼 거 같은데 벌써 도착했다며 호루라기 불어대며 얼른 차 빼라고 난리다. 이런 된장. 이정도 거리면 다리가 생길 법도 한데...삽질공화국이니 조만간 공사하겠지... 집에 와서 검색하니 안그래도 공사일정 잡혔단다. 2014년 완공예정이라고..ㅋㅋ 하지만 다리 생겨도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무의도란 곳에 내려 보니 이 동네도 웃기는 거다. 해수욕장이 두 개가 있고 이 중 하나는 유명한 실미도 해수욕장인데 중요한 것은 두 개의 해수욕장 모두가 돈을 내야지만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부터 해수욕장같은 공공재도 돈을 내야지만 입장할 수 있는 사유물이 되었단 말인가? 무의도는 지형이 이상해서인지 해수욕장 아니면 바다구경을 도보로 할 수도 없다. 차에서만 구경하다 나가야만 한다. 실미도 해수욕장 입구에서 돈내라는 팻말을 보고 그냥 차를 돌려 나왔다. 잠시 지켜보니 방문하는 차 몇몇도 나처럼 차를 돌리는 모습이다. 돈까지 내면서 보는 건 오버지.. 결국 무의도에서는 아무 미련없이 그냥 다시 배를 타고 나왔고, 어느 작은 포구에서 아이들을 풀어놓았다. 여기가 차라리 낫네...ㅎㅎ


집으로 가는 길.. 인천대교는 여전히 바다를 가르며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위를 달려 편하게 집에는 간다지만, 웬지 마음이 불편하다.


"이렇게 편해지면 지구는 누가 지킬까?"


김희준(독산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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