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딸


모처럼 일찍 퇴근한 저녁, 오늘은 다섯 살 딸래미에게 팔베게를 해주고 잠을 청하는데
옛날 이야기 한판 해주고 이제 그만 자자 이녀석 머리통이 왜 이리 무거워 다섯 살인데.
"재은이는 결혼이 뭔지 알어?“
“응, 남자하고 여자하고 같이 사는 거..”
“재은이는 나중에 결혼할 거야?”
“응, 아빠 죽으면 다른 남자하고 결혼할거야”
(흐미...니가 나랑 지금 결혼해서 살고 있냐?)
“아빠 안 죽으면?“
“아빠 나중에 재은이 엄마되면 죽는 거 아냐? ”
“야, 너 엄마도 결혼했는데 할아버지 살아계시잖아. 안그래?”
(약간 버럭)
“응 그건 그러네..”
(요것이 아주 애비 죽는 날만 기다리는 건지...)
“재은이는 결혼하면 아기는 몇 명 낳을거야?”
“음...엄마처럼 세 명! "
"엄마도 아기가 세 명인데 할아버지 살아계시잖아, 그렇지? “
“그러네..잘 모르겠당. ”
딸의 눈꺼풀에 잠이 스르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천방지축 까불어대는 다섯 살 꼬마아가씨도 언젠가는 아빠의 품을 떠나 훨훨 날아가겠지.
그때까지, 그리고 그 후로도 내가 너를 많이많이 사랑할게...


#오빠는 선생님


지난 연말은 생각보다 조금 더 바빴다.
집에 와서 씻고 자고 일어나서 출근하기도 급급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아이들은 여름날 죽순처럼 쭉쭉 자란다.

어느 날엔가 퇴근해서 숨돌리고 앉아 있자니 놀라운 광경.
둘째가 동화책을 펴놓고 하나하나 글자를 짚어가며 또박또박 읽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 여보야.. 재은이가 갑자기 왜이래?"
나의 우문에 대한 정답은 오빠에게 있었다. 학교다녀와서 동생하고 같이 책을 읽어가며
연습장에 한글자 한글자 써가며 글을 가르쳐 준 것이다.
이런 놀라운 일이 나의 가정에 발생하다니~~
하긴 얼마전에 공책에 개발새발 연필로 난장을 부리던 기억은 난다만.. 어느새..ㅎㅎ
 2011년 한해,
너희들은 또 얼마나 커서 엄마아빠를 놀래줄 거니...
.기!대!만!땅!

김희준
(독산4동, 세아이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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