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금천구를 떠나며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 워크숍(2016.1.12.~1.13) . 앞 줄 맨 오른쪽이 홍태숙 교사


독산고교 홍태숙 선생님이 6년의 근무를 마치고 올해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게 됐기에 인사를 담은 기고글을 부탁했다. 흥쾌히 부탁을 받아주신 홍태숙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편집자-

 사실 독산고등학교에 근무하기 전까지는 금천구가 굉장히 낯선 동네였습니다. 낯선 만큼 제가 가르칠 아이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도 안 되는 상태에서 독산고로 발령을 받았죠. 독산고를 1지망으로 신청했지만 어떤 아이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2월 동안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컸습니다. 

그런데 3월 첫날 복도에서 만나는 모든 선생님들한테 웃는 얼굴로 스스럼없이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며 독산고 아이들에 대한 경계심이나 걱정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독산고에서의 6년 생활을 마치고 이제는 떠나야 합니다. 떠나기 전에 이 자리를 빌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 보고 싶습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잘 알고 많이 이해하는 선생이라고 나름 자부하고 있었는데, 독산고 아이들을 만나며 세상을 제대로 볼 줄 안다고 여겼던 자만심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고 아이들로부터 더 많이 배우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더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더 가까이에서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아이들로부터 배우며 좀 더 겸손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첫해 담임을 맡았던 저희 반에는 어려운 아이들이 참 많았습니다. 37명 중에서 교육비지원을 비롯해 각종 장학금, 급식비 지원을 받았던 아이가 19명이나 되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해 저희 반은 전교에서 가장 수업 분위기가 좋은 반으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그때 저희 반에서 본 독산고 아이들의 숨겨진 장점은 6년 내내 일관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독산고 아이들은 머리를 염색하거나 담배를 피우고 때로는 침을 뱉기도 하는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범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며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독산고 아이들과 부대껴 보면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6년 내내 가까이에서 지켜본 독산고 아이들은 예의가 바르고 인성이 착한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선생님을        진심으로 선생님으로 받아들이는 점을 으뜸으로 내세우고 싶어요.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교사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낯설었던 이 곳에서 6년 동안 근무하면서 애정이 많이 생겨 정말 떠나기가 싫습니다. 이런 제 마음의 밑바닥에는 6년 동안 가르쳤던 독산고 아이들과 학교협동조합을 함께 했던 학부모님, 그리고 금교넷을 통해 교류했던 금천구 지역주민이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밖을 벗어나 좀 더 일찍 금천구 지역 속으로 들어가 교류했더라면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항상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주신 금천구가 참 좋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교직생활을 마치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금천구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그때쯤이면 금천구가 더 살기 좋은 동네로 변해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벌써부터 행복한 마음이 드네요.


독산고등학교 교사

 홍 태 숙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