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 151


7.27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7월 27일 정전협정을 맺은 65년 째(64주년) 되는 날이다. 평화와 통일은 오지 않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실천하다 모진 고문을 받아야 했던 선배는 돌아가시고 티브이 뉴스에선 평화대신 미국발 전쟁의 살기가 뭉쿨뭉클 피어난다. 오! 고난의 한반도. 돌아보면 열전 3년에 휴(정)전 65년, 지금 한반도는 68년째 전쟁 중이다. 미군정 3년 일제 강점기 36년, 1984년 청일전쟁 이후 을사늑약 강제 합병까지 16년을 합하면 120년이 훨씬 넘게 한반도엔 평화가 없었다. 그 사이에 민중들은 나라를 뺏기고, 식민지 노예로 살다 외세에 의해 분단이 삶을 강요받았다. 분열과 증오와 혐오로 철조망을 세운 남북은 정상적인 삶을 누리지 못한 채 군사독재, 재벌독재, 가난과 차별이 판치는 헬 조선을 살아야 했다. 이제 정말 평화가 절박하다. 무기가 지켜주는 평화, 전쟁이 만든다는 평화 말고, 함께 살기 위해 일을 하고, 더불어 즐기기 위해 공부를 하며, 전쟁은 기미도 없는 자유로운 사람들의 공동체가 구현된 한반도가 필요하다. 

[정전협정 64주년인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주최로 정전협정 64주년즈음한 한반도 평화협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민중의 소리]



1953년 7월 27일은 정전협정에 불행히도 당사자 남한이 빠졌다. 이유는 이승만이 북진 통일을 고집하며 정전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속내를 보면 이승만과 그 지배무리들이 스스로의 힘으론 민주주의를 통한 정권 유지가 불가능함을 알고, 안으로는 남북 간의 전쟁이 뿌린 피가 만든 증오를 통한 폭압지배 이데올로기를 확보하고, 밖으로는 정권과 친일분단체제의 물리적 안전판으로 미국(군) 주둔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先)한미방위조약을 요구하며 정전협정에 불참한다. 그 결과 지금도 남한은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말하지 못하고 다자 평화체제를 말하는 남한의 옹색한 외교적 입장도 여기서 기인한다. 군사 작전권의 외국군 이양과 정전협정 참여 거부는 이승만 정권의 무능과 외교국방전략 실패의 대표사례다. 전쟁을 끝내려는 북한과 전쟁을 지속하려는 남한, 누가 더 평화적인 모습일까? 그래서 그런지 정전협정이 체결에 대해 남과 북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북은 7.27은 전승일이다. 남은 당사자가 못되니 평화를 말하면서 전쟁을 기리는 6월 25일 에 무게를 둔다. 그러다 2013년에 갑자기 ‘유엔 참전의 날’이라 했는데 생뚱맞다. 


6.25 전쟁의 결과는 기묘하다. 승패가 없는 전쟁이다. 2차 대전 후, 소련의 압도적인 전공(戰功), 사회주의 체제의 세계적 수립은 영국의 뒤를 이은 자본주의 패권국 미국을 당황케 했다. 당혹한 상황에 대한 돌파를 안으로는 메카시 광풍으로, 밖으로는 소련(스탈린)을 악마로 만들며 냉전체제의 수립으로 대응한다. 그 과도기에 체제대립을 세계적으로 만든 것이 한국전쟁이다. 과도기의 위태로움이 강제한 불안한 타협이 정전협정이다. 미국은 6.25를 통해 전략적으로 냉전체제의 수립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안정시킨다. 동북아의 체제대립을 통한 긴장유지가 미국 패권에 유리하다고 보고 그 체제를 유지한다. 그 결과 세계사에 유례없는 정전만 65년이라는 작금의 상황이다. 


상식으로 봐도 정전협정을 종전-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정전협정에도 ‘협정 효력이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및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문제들을 정리하자’고 되어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승만 정권은 이런 상식적인 수순을 거부한다. 3개월은커녕 60년이 넘어도 한반도 내 유일한 외국군대인 미군은 오늘도 전력만 강화하고 있다. 남북이 동포가 아니라 원수로 대립을 하고, 민(民)들의 복지보다는 군사무기에 돈을 쓰며, 심지어 외국군을 반세기 넘게 주둔케 하는 역사적 치욕이 유지되고 있다. 이 한국 현대사의 비참한 비극의 토대가 적대세력이 존재함을 확인하는 정전체제다. 뉴스에서는 오늘도 북한의 호전성 도발 등등의 단어로 마치 모든 잘못은 북에 있다고 하지만 놀랍게도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을 반대하는 세력은 북한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은 "동서고금의 국제관계사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정전상태가 매우 비정상적인 사태"며 지속적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한반도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만들거나 불구덩이를 유지하려는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과 남한의 분단으로 이득을 얻는 사대 수구 기득권 측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을 대체하고 남한이 포함된 새로운 형태의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선의 길이다. 실상 한반도에서 평화협정 체결이 어려운 것은 미국의 이해관계 때문이다.(미국의 이해관계로 규정되는 남한, 이것이 남한 현대사의 비극이다. 미 의회가 개성공단 재개 불가 법안을 미국 내 법으로 만든다는데 그것이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하는 정치인이 단 한사람도 없는 남한 말이다.) 아울러 정전협정은 낡은 냉전 세력들 이승만 박정희 유신 파쇼적 지배의 존립 토대다. 최근에 남한과 미국이 한반도의 긴장을 북핵 미사일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북이 핵 미사일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시절에도 평화협정은 추진되지 않았다. 평화협정은 냉전체제의 궁극적 해소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미군의 한반도 존재 이유를 소멸시킨다.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의 필요를 부정한다. 평화협정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손상 없이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동북아 지배체제 축이 붕괴되는 셈이다. 냉전을 통한 정치 군사적 지배 및 군사 무기 분야의 경제적 이득 구조가 사라진다. 결국 미국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미국의 손실이요 실패다. 이런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원할 수 없다. 미국이 평화를 위한 위대한 여정의 동반자라는 현 정권의 대미의식이 끔찍한 이유다.


갈라진 한반도는 체제 모순과 대립, 항상적인 전쟁 위험, 가난과 차별 불평등, 민족 분열과 대립을 악용한 정의롭지 못한 정치체제를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남북 민중은 항상적 고난의 행군을 했다. 동포간의 화해할 수 없는 증오와 혐오를 부추겨 온 세월이 벌써 65년, 이제 그 지독한 악의 고리를 끊자. 전쟁을 말하기 전에 남 탓을 하기 전에 재작년에 왔던 교황의 충고를 듣자. "북한사람들과 대화하세요. 그들은 형제자매입니다.” 미사일 탄두 무게나 사드 따위에 국가의 안보와 평화를 떠밀지 말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가게 하여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자. 대화로 평화(平和) 가자. 평화통일을 이루자.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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