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논하다




내년(2018년)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광역 및 기조단체장의 선출과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단순 및 비례 대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고 이 때 개헌 투표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라 한다. 물론 개헌은 정치권의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합의가 될 경우 국민들은 한꺼번에 8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이렇게 동시 투표를 하는 것은 유익한 면이 있다. 비용 절감도 그렇고 생업에 바쁜 국민들의 사정도 살피는 것이 되는가 하면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함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이러한 일괄 동시 투표는 유익한 만큼의 문제점도 있다. 우선 한꺼번에 여러 대상의 투표로 국민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단체장이나 의원 선택에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부실 선출이 우려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30년 만에 하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그것이다. 만약 예정대로 개헌용 국민투표가 동시에 시행된다면 이야 말로 우려의 극치다! 


지방선거야 정해진 일정이니 문제제기 여지가 없지만 개헌은 그 필요성의 인정에도 지방선거와 함께 그것도 7종의 다른 선택과 함께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하면 개헌은 정치인의 선출과는 다른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데 이를 경시한 시행으로 보는 것이다. 국가존립의 근거인 헌법을 개정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그 선택 주체가 정치 비전문가인 국민인데 대한 고려가 없기 때문이다.. 

 

투표율도 걱정이다. 그간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선거참여에 소극적이어서 1987년 개헌 이후 지금에 이르는 선거에서 투표율이 50%를 상회하는 경우는 많지 않는데 특히 지방선거가 그랬다. 투표율은 일반 선거에서도 중요하지만 개헌의 경우 더욱 중요하다. 만약 개헌을 위한 국민 투표율이 50% 이하가 된다면 그 결정은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헌법은 국민적 총의에 의해 마련될 때 비로소 권위가 확보된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더하여 다른 걱정도 있다. 정치권의 그 동안의 행태를 볼 때 정파 간의 이해를 절충한 나눠 먹기식 개헌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그것이다. 국민들의 이해는 아랑곳없이 정파 간 타협안이 마련되고 그것을 저조한 투표율(50%에 미달한)에 의해 결정이 된다면 비록 절차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헌법의 지위와 기능을 감안할 때 정통성 문제가 제기된다. 정통성이 결여된 법령과 제도는 국민 불복종과 같은 저항을 만날 수 있고 또한 정치권의 정쟁 유발 요인이 되어 국가혼란을 야기하였던 것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사실, 개정 도마에 올라 있는 현행 헌법은 지난 개헌 당시(1987년) 정치권의 타협에 의한 졸속 결정이었다. 비정상인 유신헌법의 개정 당위는 공감을 이뤘지만 완고한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해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하는 것으로 여타의 불완전 요소를 수용하는 것으로 타협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민주사회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 이를테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포함한 비민주성을 가진 규정들을 갖게 된 것이다. 

개헌을 하지말자는 것도 미루자는 것도 아니다. 가급적 내년 중에 하되 다만 헌법 개정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지방선거와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지방선거는 대체로 투표율이 낮았던 것이 그간의 사례다. 국민들이 이해할 시간도 만들고 더불어 투표율도 고려하여야 한다. 

정치권이 준비하고 있는 개헌 흐름을 보자. 이번 개헌에서는 통치행태, 권력배분, 자치 분권을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포함하여 국민주권 관련  규정 등 개정하고자 하는 내용을  자세히 살펴 그 당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치권이 준비한 개헌안을 꼼꼼히 살펴 과거와 같은 졸속결정이 되지 않게 국민들이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기성 정치인들은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권력구조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두고 시비할 것은 없지만 변화를 기피하는 것으로 보여 신뢰가 주어지지 않는가 하면 현실에 안주하려는 소극적 자세로 보여 거부감조차 든다. 대통령제를 고집한다 하여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다. 변화가 두려운 그들이 펼칠 구태의연한 정치행태가 재연될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폐해는 건국이후 현재에 이르는 동안의 우리 정치사의 부끄러웠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정치인인 뿐 아니라 기득권 세력들도 대통령제 선호가 대세다. 문제가 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개선을 전제로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제가 부인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간의 우리 헌정사를 볼 때 대통령제로 인한 부작용이 많았고 인권유린과 같은 반민주적 행태조차 잦았다. 그렇듯 우리의 대통령제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그 실질적 사례가 최근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이고 그로서 개헌필요성은 더욱 고조되었다. 그런데도 정치인과 기득권자들은 대통령제를 고수하려한다 이유가 무얼까?

가장 쉬운 추론은 대통령제 정치관행에 젖어있기 때문으로 본다. 즉 이 체제가 현재의 권력자들이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정치권력을 가진 자는 그 지위 유지와 영향력 행사에 유리한 제도를 고수하려 하고 그것이 대통령제를 지키려 하는 이유이다. 다시 말하지만, 기득권자들은 변화가 두려운 게고 그래서 변수가 많은 다양성의 정치판을 기피하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대부분의 국가는 권력 분산과 책임제적 임기를 가진 의원내각제 등 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공통점은 대부분 정치·경제 선진국이다. 이러한 국가들의 국민성향을 보면, 단원제 보다는 양원제, 단순 대표제보다는 비례대표제, 양당제보다는 다당제, 단독정부 보다는 연립정부를 선호한다.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을 즉 변화가 풍부한 정치체제를 선호한다. 대개의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런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방 선진국 중 미국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지방분권이 잘 되어 있어 우리 대통령제와 같은 범주에서 보아서는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국민투표는 OX 게임이다. 즉 정치세력 등이 준비한 안을 놓고는 국민들에게 찬성과 반대 표현만 요구하는 형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도는 반대보다는 찬성이 많은 것이 과거의 사례고 국민들은 이런 구도의 시나리오에 익숙해 있는데 당국자는 이번 개헌도 그런 흐름을 기대하는 것 같다. 경솔한 유추일 수 있으나 개연성이 풍부하다!


물론 국민투표는 OX 밖의 방법은 어렵다. 다만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개헌안은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함께 하는 방법으로 준비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국회나 전문가들 등 특정 계층만의 장이 아닌 국민 대 토론장을 열고 공론화를 통해 ‘개헌시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객관적 신뢰성을 가진 시스템에서 ‘개헌안’으로 확정하여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구조나 권력배분과 같은 정치 사안에서부터 보건, 후생, 복지 교육 등 국민들의 관심사들이 아우르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게 또 있다. 개헌투표는 독립적으로 즉 지방선거와 분리하여 시행해야 한다.


내년 개헌 국민투표에서는 우리 선거 체제를 과거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행동 하자. 개헌안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내용이 되어야 하고 국민투표로서 손색없는 투표율이 확보되는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맺음을 하자. 우리 선거체제는 혁신적으로 바꾸어져야 한다. 선거를 포함한 정치 패러다임의 대전환도 이루어져야 한다!(♣2017.08.15)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해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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