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꽃집을 운영하시는 박선생님은 시를 좋아하신다. 가끔 책이나 인터넷에서 본 아름다운 시를 들려주시기도 하시는 데 박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시는 언제나 내 마음에 들어와 잔잔한 울림을 준다. 그래서 이제부터 나도 시를 가까이해 보기로 했다.

  박선생님이 추천해 준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은 산문집이기는 하지만 첫 장을 펼치면 시가 나온다.

 

  그늘

남들이 하는 일은 

나도 다 하고 살겠다며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지고


걷지 않아도 될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는 뜻이다.


 역시 시는 어렵다.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이해하기 힘들다. 작가가 이 시를 쓰게 된 동기나 배경이 나와 있을까 기대하며 수수께끼의 정답을 찾듯 책장을 넘긴다.


  연인은 섬으로 떠났다. 여자는 일출을 보러가고 싶다고 하고 남자는 일몰이 아름다울 것이라 말한다. 연인은 시내에서 3일을 보내고 마지막 날 일출과 일몰을 보러가려 했으나 진종일 짙은 안개와 강한 비가 내려 보지 못했다. 여자와 이별한 후 남자는 혼자 일출과 일몰을 보러 갔다. 


 우리도 때때로 오늘을 살면서 오늘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미루며 산다. 그리고는 미련이 남아 지난 일에 대해 후회하고 아쉬워한다. 지나간 젊은 날에 대해 후회하는 사람은 ‘왕년에 내가 잘 나갔지’라고 이야기하고 또 오늘을 그냥 그렇게 떠나보는 경우가 많다. 

 한때는 나도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그냥 그렇게 젊음을 보냈던 적이 있었고 직장생활을 할 때는 여기는 나랑 안 맞아하고 단정지었던 적이 있었다. 젊은 날에는 아픔도 많고 고민도 많아 삶이 내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고 투덜거렸지만 이젠 나도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현재의 내 삶이 점점 내 마음에 든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유문주

'탐방 기고 > 은행이의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하위권의 고수  (0) 2018.04.05
[책] 오이대왕  (0) 2018.03.20
[도서]노란우체통  (0) 2018.02.19
[책] 씩씩해요  (0) 2017.11.22
[은행이의 책소개]샤를의 기적  (0) 2017.11.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