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좋은 마음’이 일상의 성폭력의 씨앗이라면?
“사내새끼가 어디 고추 떨어지게 질질 짜고 있어!”
“여자애가 치마를 입었으면 다리를 오므려야지..”
성폭력 피해사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미투 운동이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각 계의 유명인사와 정치인들은 언론과 대중의 뭇매를 맞고 있으며 故(고) 조민기 배우의 사망이후로는 미투 운동이 이제 중단되어야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투 운동에 의해 대부분 나와 내 생활과는 먼 얘기이고 권력이나 힘이 있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성폭력의 씨앗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당연하거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성차별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국적도, 지능도, 집안소득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으며 성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생물학적인 성별로 사회적 역할은 물론 연애의 역할까지 구분 짓는데 익숙하다. 이는 가해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명 속에도 담겨있다. ‘사랑하는 사이였다’, ‘부적절한 관계였지만 성폭력은 아니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라고. 이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이 권력을 가졌거나 가질 수 있는 위치였다는 사실은 끝끝내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정하고 부인한다.
여성은 남성이 해온 모든 위치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권리와 권력을 가진 존재이며 남성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사회에서 스스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은연중에 억압당하고 강제당하는 일들이 일상에 얼마나 많은지 셀 수도 없다. 오늘 아침만 해도 당신은 화장은 하지 않은 여성에게 왜 여자가 화장을 안 하고 밖에 나왔는지 의문과 불편함이 들지도 모른다. 물론 스스로 그 불편함이 어디서 왔는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을 테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이 불편은 화장도 안하고 다니는 저 여자의 잘못이라며 쉽게 비난해버린다. 당신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을 보며 문란해 보이고, 성폭력의 타깃이 될까봐 걱정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 여성을 향한 당신의 좋은 마음이자 배려이지 이 애초부터 잘못된 걱정이란 건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당신은 어쩌면 술에 취해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불량한 행실의 대가를 치른 것이며 성욕을 참지 못한 가해자가 더 불쌍하고 측은하게 느껴지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화장을 안 하고, 웃통을 벗고, 술에 취해도 결코 성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특히 가해자가 아닐 것만 같은 대다수의 여성들도 이런 성차별적 판단을 아주 쉽게 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적용시킨다. 즉,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이런 진부하고 낡은 성 차별적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으면서 스스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식하지도 못한다면, 그 ‘자연스럽고 좋은 마음’이 바로 일상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범죄자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pexels
성폭력은 성 차이를 온갖 편견과 선입견으로 꽁꽁 싸맨 사람들로부터 일상적으로 행해진다. 그리고 그 속에는 온갖 장구한 폭력과 억압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따라서 미투 운동으로 폭로되는 성폭력 사건들이 이해가 되지 않고 불편하다면 성 차별의식이 소멸하고 있는 작금의 새로운 현실을 스스로가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진심으로 미투 운동이 멈추기를 바란다면 자신부터 성폭력을 조장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행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은 물론 성폭력 가해자와 2차 가해자들에게까지 처벌이 집행될 수 있는 정책과 제도적 환경을 요구해야한다. 이 두 가지가 병행되는 과정이 이루어질 때에야 비로소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낸 모든 피해자들과 함께하면서 미투 운동이 발전적으로 해소되는 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새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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