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토박이 김주임은 9살, 7살 아들이 있는 결혼 9년차 가장이다.
현재 맞벌이를 하던 아내마저 재작년12월에 실직하고 월세에 아이들 양육비에 쪼들려 살고 있지만, 얼마 전 천왕동 SH임대아파트에 당첨됐다.  비록 임대지만 집 걱정은 안 하게 돼서 내심 기뻤다. 평수는 작았지만 새로 짓는 아파트라서 교통이나 주변이 깨끗하고 단지 내에 학교도 새로 생기고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아 휴일마다 천왕동을 가서 이것저것 살펴보며 앞으로 아파트에 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꼼꼼히 살펴봤다

드디어 김주임은 계약서류들을 꼼꼼히 챙겨 계약일 SH공사 본사로 갔지만 현재 소득이 없는 김주임의 아내 소득증명서를 빠뜨리는 바람에 다다음날 다시 챙겨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서류를 제출했다. 서류를 살펴본 SH공사 직원은 계약이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가라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재작년까지 혼자 돈을 번 김주임 아내의 소득이 있어서 안 된단다. 김주임도 회사에 입사한 지 일년도 안됐지만 일한 시기부터 월 소득으로 잡고 김주임 아내는 2009년 11월까지 번 돈을 23개월로 나누니 월 90만원소득으로 인정되어 5가족 기준 월소득 230만원이 넘어 계약이 안되니 돌아가라는 거다.

먼 거리를 두 번 방문한데다 몇 시간을 기다린 김 주임은 허탈하고 화가 나서 재작년엔 아내 혼자서 돈을 벌었고  지금은 본인 혼자 돈을 월 150만원 정도 버는데 왜 2년 전 아내소득이 현재 소득으로 잡히느냐, 문제 있지않냐, 따졌지만 담당직원은 규정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김주임은 청약 할 때도 소득을 다 기입했는데 이럴거면 당첨을 해주지 말아야 되는거 아니냐는 질문엔 직원은 당첨은 아무나 다 된다고 말한다.

이리저리 옯겨다니는 서울 철새신세를 이제는 관둔다는 아내의 희망찬 미래의 청사진들이 한순간에 찢겨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주임은 생각해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임대아파트이며 난 왜 안 되는 걸까?
세금 떼고 월 135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김주임은 저소득층이 아니라서 지원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SH공사가 진정 서울시민을 위한 주택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서울에서 점점 살기가 버거워진다.

김진숙


'나도 한마디' 는 주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공간입니다. 생활 속의 에세이,  토로하고 싶은 이야기,  좋은 정책 제안, 비판, 칭찬하고 싶은 이야기등 다양한 글을 담을 예정입니다.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과 사물을 살피시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금천in 편집실
전화02-859-1320  이메일
gcinnews@gmail.com
트위터 @gcinnews  페이스북 facebook.com/gcinnew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