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불길에 휩싸여 건물이 타고 있는 장면이 그려진 책 표지에서부터 어두운 재앙이 느껴진다.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한참을 방 한쪽 구석에 밀쳐놨다가 심호흡을 하고 읽기 시작했다. 나는 비참하고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를 외면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열두 살 주인공 롤란트네 가족이 4주간 쉐벤보른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행복한 시간을 보낼 준비를 하고 가는 도중 핵폭발이 일어나 잔인하고 무서운 긴 불행을 겪게 되는 내용이다. 한순간의 죽음이 오히려 행복하게 느껴질 정도로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심한 외상으로 인한 고통, 배고픔, 끝없는 갈증, 가족들의 죽음 등 만약 지옥이 있다면 이런 상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을 다 잃고 아빠와 둘만 남게 된 롤란트도 살아남은 사람들과 삶을 일궈 나간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책을 덮고도 한동안 롤란트가 겪은 불행한 일들이 머릿속에 남아 내가 살고 있는 현재와 전쟁과 가난을 겪어낸 과거의 사람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념과 정치를 모른다. 알려고 기웃거리지도 못하고, 사는 것에 바쁘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가 종전이 아니라 휴전인 상태에 있기도 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직도 그 무서운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았다. 다행히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내용의 판문점 선언을 내놓았다. 완전한 비핵화가 현실화 되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래본다. 아주 작게는 물을 아껴 쓰고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등 환경을 생각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였으면 한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곳이니까 깨끗하게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마음이 우울했지만 여러 가지 삶의 과제를 안겨줬다는 점에서 참다운 선생님을 만난 듯 기쁘기도 했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양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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