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가 생겼다는 후배에게 해 준 말

 

김희준

 

1. 2008년 6월의 어느 날.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법은 없지 싶었다. 셋째 아기가 들어섰다니 말이다. 이제 겨우 둘째 녀석 키워놓고 맘편하게 좀 살아볼까 했는데 임신과 출산과 육아로 이어지는 2년간의 '고난의행군'이  또다시 시작할거라는 사실에 그저 털썩 주저앉고만 싶었다. 그 때 그런 내 마음을 다잡아주신 분이 계셨으니 당시 우리 과에 같이 계셨던 형님이 그 분이었다.  무슨 일 있냐는 지나가는 질문에 '네. 사실은요..흑흑..' 하며 털어놓은 내 고민에 그 분은 단호한 표정으로 축하한다며 낳아놓으면 모두 축복이 될 아이들이니 뭘 걱정이냐며 내 고민을 쓸데없는 기우로 일축해 버리셨다는.

아, 그런가요? 그렇죠..? ㅋㅋ 제가 사실 아기들은 되게 좋아하기도 하거든요..ㅎㅎ. 이상하게도 그 뒤로 내 맘은 아주아주 편안해졌다. 우리 아기는 딸래미로 태어났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딸딸이 아빠 되는 거잖아요..

 

2. 2010년 9월의 어느 날. 회식자리였다. 한 후배가 조용히 이야기한다. 셋째가 잉태되었다고. 그렇게 걱정하는 표정은 아닌 듯 하지만 겪어보지 못한 사태에 대한 약간의 걱정이 서려 있었다. ㅎㅎ. 난 단호한 표정으로 말해 주었다. 낳아놓으면 다 축복이 될 아이들이니 뭘 걱정이냐고? 축하한다고. 아이 셋 아빠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어서 축하주 한 잔 더하자고. 그렇게 내가 겪은 대로, 나에게 힘이 되어준 그대로 그 친구에게 곱빼기로 더해 돌려 주었다. 그럼요. 아이 셋 키우는 거 힘들다고 생각말아요. 힘든 만큼 그에 곱하기 백보다 더 많은 행복이 찾아올 터이니 아무 걱정 하지말아요. 아마 그 친구도 내가 받았던 그런 위안과 격려를 느꼈을까. 확신할 순 없지만 작은 도움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3. 2010년 11월 3일 오늘. 어린이집에 들러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는 길. 이제 말이 막 늘기 시작하는 막내에게 아빠 토닥토닥해주세요. 하면 고사리손으로 내 어깨를 성의없이 툭툭 쳐준다. 그렇게 조금씩 너의 세상은 열리는 법이지. 내가 길잡이가 되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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