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급성췌장염, 아이는 췌장기능 정지,  “사람이 아파도 들여다보지 않아”

이 위험물 표시는 호흡기반응성, 발암성, 생식세포병인원성, 생식동성, 특정표적장기독성을 의미한다.

 

도심 속 장점마을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잠정마을은  전북 익산에 있는 곳으로 마을 인근 비료공장의 ‘연초박’(담배 찌꺼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발생에 공장에서 500미터 떨어진 장정마을 주민들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려 사회적 이슈가 된 곳이다.
금천구에도 이런 공장시설들에 의한 환경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독산1동은 준공업지역으로 크고 작은 금형공장, 자동차정비공장이 밀집되어 있고, 대기오염원배출시설이 90개소가 밀집되어 있다.  


이곳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주민 양 모씨는 기나긴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친 가족들은 강원도 삼척으로 이사를 갔고, 양 씨만 외로이 버티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중순 찾은 양 씨의 집에는 공기청정기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미세먼지는 ‘10’으로 낮은 수치를 표시하지만 가스검출의 붉은 램프는 켜져 있는 상태였다. 
올 해로 양 씨가 독산1동에 이사 온 지 11년차다. 이사 오던 해 양 씨는 급성협심증으로 응급실에 들어가 몇 일간 중환자실에 격리 수용됐다. 그런데 입원할 때 받은  ‘협심증’소견이 퇴원할때는 안 나왔다. 그럼 왜 아팠던 건지 의아했지만 몸 관리를 잘못한 줄 알고 넘어갔다. 그런데 2016년 급성 췌장염으로 보름정도 다시 입원했다 퇴원했다. 퇴원해서 15일 정도 집에서 요양하는데 당시 3살이던 아이가 하루에 물을 2리터씩 먹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해 병원에 가보니 ‘췌장기능정지’판정을 받았다.


양 씨가 급성췌장염으로 아플 때 아이도 췌장이 아팠다는 말이다. 말을 못하는 아이는 아픈지도 모르고 있다가 병원에 갔을 때는 손 쓸 방법 없게 된 것이다.  췌장이 정지된 아이는 하루에 10번의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하고 손을 5번이나 따야한다. 그렇게 3년이 지나자 주사를 맞는 아이의  배꼽주변의 살들은 딱딱한 거북이등으로 바뀌어 주사바늘도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 됐다.  양 씨의 친가나 외가 쪽의 가족력에도 당뇨는 없었고, 아이 도 출생 당시에 병원에서 진행한 각 종 장기기능검사를 에서 모두 정상이었다.
남편과 아이가 췌장에 병들 었을 때 엄마는 호르몬분비이상 진단을 받았고, 결국 아내와 아이는 2019년 5월 강원도로 이사를 갔다. 양 씨와 가족들은 지난 10년 동안 췌장염뿐만 아니라 호흡기질환, 두드러기,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지만 대부분 원인불명, 상세불명이라는 진단받았다.  양씨와 부인은 ‘여기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잡았구나’라는 생각으로  정신과 상담도 받고 있다.


양 씨는 미세먼지도 문제지만 제일 위험한 것이 유해가스와 독성물질이라고 밝혔다. “벤젠이나 톨루엔 같은 용기를 보면 사람 신체 그림이 그려진 위험물 마크가 있다. 그건 ‘신체 표적 장기 위험성’이라고 표지로 신체 장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유발할 수 있을 때 붙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느 장기에  붙느냐에 따라 그 부위가 망가지는 것이다. 이 근처의 공장들에서 쓰이는 것이 대부분 페인트 희석재와 경화재 등”이라고 설명했다. 양 씨는  2016년 당시 이 물질로 인해 아이와 양 씨의 췌장이 동시에 망가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양 씨는 지난 2018년 6월 서울대병원을 찾아 진료와 함께 주거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병원측에서 공기의 성분조사를 해볼 것을 권했고, 샘플 조사결과 집 배란다와 바당에서 비소와 망간, 구리, 카드늄, 니켈 등이 검출됐다.
양 씨는 수차례 금천구청의 문을 두드렸고, 서울보건환경연구원에서 나와 측정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나 배출기준 이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양 씨는 “측정을 하면 총 탄화수소량만 계산한다. 대기배출시설을 개업할 때 연간 배출량을 정하는데 그 이내라는 것이다. 내가 요구한 것은 성분에 대한 조사였다. 게다가 배출량도 측정할 때만 조절하면 되니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공장의 집진기 필터를 제때에 가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덧붙혔다. 


양 씨는  “일단 아픈 사람이 발생되면 성분분석을 해야 한다. 페인트의 희석재와 경화제뿐만 아니라 이 주변에 금형 가공공장이 많이 있다. 계란을 삶아서 식히려고 주방틀에 올려놓았는데 기름막이 물 위에 뜬다. 쇠를 깍으면 고열이 발생하고 기름이 증기로 날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이 이야기하는 ‘대기분쟁조정위원회’에 대해서는 “양측이 합의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근본적 대책이나 성분분석을 해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양 씨는 우선 대기배출업체에 대한 신규허가를 내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양 씨는 “최근에도 도장이 가능한 자동차정비시설이 구의원 사무실 바로 옆에 문을 열었다. 도장시설 자체가 이전 해야 한다. 집진시설이나 방진시설로 해결 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KCC오토 벤츠도장공장이 들어서면 안되는 이유를 지난 10년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10년의 싸움에 금천구청이나 금천구의회 등 지역정치들의 외면이 더 아프다고 지적했다. “아픈 사람이 있는데 왜 대응을 안하는가? 관심이 없다. 왜 아프다고 주장하는지 관심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민원을 제기한 지가 5년이 됐다. 그런데도 최근 이 근처에 버젓이 빌라와 임대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도장부스 앞에다가 집 지어 놓고 살라고 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왜 이사를 안가느냐고 하는데 집이 팔려야 이사를 가지 않나?”고 반문했다. 양 씨는 이런 시설의 이전과 함께 주민건강검진을 시행, 공장운영시간 제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천구청 환경과는 “구에서 대기배출시설 직접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보건환경원에 의뢰해서 진행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구청홈페이지 민원게시판을 통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안내와, ‘세심하고 철저한 지도관리’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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