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결혼과 동시에 무려 45년을 금천구 독산동에서 살고 있는 이강택(70세)씨는 독산3동 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활동을 5년째 하고 있다. 올해로 칠순이 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생태텃밭강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남부여성발전센터의 ‘도시농업지도사’ 과정을 수료하고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와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 소속되어 학교와 어린이집 등에서 텃밭강사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공무원으로 평범한 직장생활만 해오다 퇴직 후 사업을 시작했는데 잘 되지 않아 아프게 접어야만 했던 시절을 회고한다. “욕심이었구나 생각했어요. 돈을 좀 더 불려보겠다는 욕심이 화를 부른 거죠.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잘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은 체구에 잔잔한 목소리를 가진 그는 의외로 참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사업 실패 후 내가 선택한 것은 ‘봉사’입니다. 내가 가진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누겠다는 생각이었죠. 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교육을 받고 상담가 전문과정도 이수해서 지금까지 봉사자와 필요자를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컴퓨터, 테이핑테라피, 구연동화, 수채화, 도시농업 등 그동안 새롭게 배운 것도 참 많다. “내 목소리에 구연동화는 안 맞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인공에 맞게 흉내를 잘 내야하는데 목소리가 약해서 어렵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구연동화는 목소리 기교에 너무 신경 쓰면 감정 전달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하셨어요. 실제 해보니까 그래요. 진심을 담아 준비한 만큼 아이들 반응이 더 좋더라구요.” 자신의 구연동화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몰입해주는 아이들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저 철부지로만 생각했는데 다 알아 듣고 반응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아이들한테 다시 배우는 기분이예요.”

그의 구연동화는 텃밭교육에서도 빛이 난다. 한 어린이집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못미더워 지켜보던 원장선생님이 구연동화에 아이들이 집중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는 흐뭇하게 나가셨다고 한다. 미리 배워 둔 컴퓨터 솜씨를 발휘해 아이들 활동 사진을 꼼꼼히 영상으로 담아주니 더욱 더 감동의 도가니가 되는 것이다. 사실 구연동화나 영상작업은 하루 이틀 준비해서 되지 않는다. 들이는 시간을 생각하면 강사비는 턱도 없이 작지만 이 모든 것이 자신을 건강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소중한 작업이다.

“오늘도 한 어린이집에 다녀왔는데 내가 직접 수업할거라 하니까 아이들이 할아버지 선생님을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고 따른다고 하시면서 좋아하더라구요. 나이 든 사람이 할 일이 없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돈 생각 하지 말고 과거 배운 것이 좀 있으면 나눈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해서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행복한 거지요.” 새벽 일찍 일어나 기도하는 것과 가끔 걷는 것 이외에 건강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이강택 선생님은 건강의 비결이 ‘일’이라고 말한다. “젊어서 직장생활 할 때는 머리가 자주 띵띵 아프곤 했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점점 머리가 맑아져요. 억지로 하는 일과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의 차이가 아닐까 혼자 생각했어요.” 활짝 웃는 그의 선한 눈망울이 반짝인다. “노인 중에 특히 나 같은 남자들은 어딜 가도 만나기 힘들어요. 늙고 가진 것 없어지면 위축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저는 그분들에게 일을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부인 또한 부지런하고 추진력이 있는 성격이라 몇 년 전 늦은 나이에도 운전면허, 간병인 자격증까지 땄고, 작년까지 교회에서 ‘신방전도사’로 활동했다고 한다. 부부의 이런 부지런하고 성실한 태도가 자녀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을리 없다.

1남2녀의 세 자녀들은 모두 목회자와 목회자의 배우자가 되어 하나님의 가르침에 따라 성실히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가끔은 너무 평범한 삶이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이강택씨, 지켜보는 이의 눈엔 결코 그의 삶이 밋밋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텃밭의 채소를 이야기로 담아내고, 아이들의 초롱 초롱한 눈망울을 영상에 담아내는 그의 꾸준한 손길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멋있어 보인다.

김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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