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 사업 업무협약 체결

 

지난 2월 사회적경제 특구 본사업에 선정된 금천구(구청장 차성수)가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14() 오전 11시 구청 소회의실에서 사회적협동조합 금천사회경제연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 본사업은 20여개 사회적경제 기업과 지역의 초, , 고등학교가 함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의 아동·청소년 건강한 성장 지원과 진로·직업 체험 교육 등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미래 사회적경제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사회적경제 시범학교를 선정해 학교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민관학이 함께 노력할 예정이다.

 

사회적경제 특구란 지역의 문제를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방식의 지역발전 모델이다. 각 구별로 시민참여형 특화사업을 심사하고 선정해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게 된다.



금천구청 경제일자리과 

금천구 유일한 식자재 사회적기업 ‘이그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그린’은 고군분투 중





사회적기업 ‘이그린’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금천구청역에 내려 금천구청 길건너 마을버스 역에서 8번 버스를 타고 5분쯤 달려 홈플러스를 끼고 버스가 우회전하면 내릴 준비를 해야한다. ‘홈플러스 근처니까 찾기 쉽겠군’ 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작은 골목에는 고만고만한 동네 상가들 뿐이다 보니 이렇다할 랜드마크 건물도 없는(유일한 랜드마크가 홈플러스다.) 금천구의 어느 작은 동네에서 어딘가를 찾아가기란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헤매다가 몇 번의 전화통화를 한 후에야 골목골목을 지나 작은 상가건물 1층 귀퉁이에 자리잡은 ‘이그린’을 만났다.

어쩌면 우리가 사회적기업을 찾는 것도 사회적기업이 활로를 찾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면 심한 비약일까. 찾기편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들은 늘 그렇듯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선점해 있거나 힘으로 밀어붙여 영세업체들은 설자리를 잃고 문을 닫거나 벼랑 끝에서 고군분투 중이거나..... 내 이야기가 너무 비약이 심하다고? 그렇다면 오늘 만나는 사회적기업 ‘이그린’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하시길.


사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업종 진출(이라고 쓰고 ‘침투’라고 읽어도 무방하지 않을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동네골목의 구멍가게, 수퍼마켓이 다 죽고 그 자리를 편의점이 대신한 건 벌써 옛일이 됐으니까. 몇 년 전만해도 골목상권을 지켜야달라고 대형마트를 상대로 시위가 줄을 이었지만 이젠 그런 시위마저도 사라졌다. 이같은 일은 식자재유통에서도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다. 개인 혹은 소규모 자영업자들 몫이었던 식자재 유통까지 대기업이 치고 들어와 구내식당은 물론 일반 식당이나 어린이집까지 장악해나가고 있다. 대기업의 식자재유통사업이 한해 10%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인다고 하니까 안봐도 비디오겠지.

 

금천구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이그린은 동네에서 만나면 쉽게 지나칠만큼 작은 사무실인데 이곳에서 금천구에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먹거리방문 배달서비스가 이뤄진다. 20평~30평 사이의 공간에 냉동창고와 일반사무를 보는 사무실과 그리고 포장에 배달까지 이곳에서 진행된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사무는 물론 보관, 분류, 포장이 다 이뤄지는 것이다. 사무실에는 신정희 대표와 2명의 직원이 있었고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신정희 대표와의 인터뷰는 솔직담백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이그린’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식자재유통경쟁과 어쩔 수 없는 자본력의 한계까지....현실적 문제와 전망이 과장없이 오갔다. 신정희 대표는 함부로 앞일을 쉽게 예단하지 않았고 근거없는 희망을 얘기하지 않았다. 물론 현실적인 벽들도 숨기지 않았다.


 Q. 먼저 사회적기업으로서 ‘이그린’을 알고 싶다. 2013년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던데 어떤 기업인가?


이그린은 2010년 처음에 안전하고 친환경먹거리를 유통해서 취약계층을 돕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합류한 것은 2012년 초인데 당시 회사가 좀 힘들었다. 그 전까지 나는 이사로만 등록돼 있었고 개인적으로 식자재 유통 일을 하고 있었는데, 들어와서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고 온 거다. 그런데 와보니 회사가 처음 계획만큼 이윤을 나지 않아 고전하고 있을 때다. 금천구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원을 받고 있을 때니까 그냥 닫기에는 아쉬운 것도 많으니까


 

Q. 그럼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

당시 회사에는 대표와 본부장 등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여러 명이다보니 체계적인 관리가 안되고 또 회사도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하다보니까 여기저기 하는 일도 많은 반면 이윤이 적었다. 사회적기업이기 전에 이윤을 남겨야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미미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직원들은 필요이상 많고...총 15~16명 정도 됐다. 물론 사회적기업이다보니 사회공헌도 즉 일자리창출 면에서 직원들을 채용한 면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회사 상황에 비해 직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들어오니까 사업을 (일부) 정리 중이어서 그 사람들도 정리하는데 퇴직금을 주다보니 회사가 그날그날 살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영업도 소홀할 수 밖에 없고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Q. 그렇다면 쉽지 않았을텐데?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이 좋은 뜻을 가진 기업인 줄은 알았지만 자세한 건 몰랐다. 그래서 합류하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공부부터 했다. 금천구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쫒아다니며 다 들었다. 그렇게 배우면서 일했다.

그리고 회사 경영을 위해서 일단 사업을 현실에 맞게 정리하고 직원들도 최소화했다. 일단 회사가 살아남아야하니까. 그래서 규모를 거의 3분의1로 줄였다. 지금은 총 5~6명으로 사무적인 건 물론 포장, 배달을 모두 한다. 필요할 때는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하면서...


 Q. 회사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자격이 있을 텐데 어떻게 가능했나?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공헌도를 본다. 사실 처음에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갖춰야할 것을 알아보기 위해 금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가서 조미연 센터장님과 상담을 많이 받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일자리창출 측면과 그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후원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니까 각 지역에서 취약계층 청소년인데 자격이 안돼 구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을 우리가 주민센터를 통해 소개받아 이들에 대한 먹거리를 지원해줬다. 사실 이런 청소년들을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 주민센터 복지사들 업무가 많은데 따로 또 부탁해서 알아봐야하니까...

 

Q. 식자재유통 기업이라고 하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나?

말그대로 식당에다가 음식재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금천구 관내 복지관과 관악구에 있는 관외 복지관 등 3곳의 복지관과 양이 많진 않지만 15군데의 개인업체에 식품을 납품하고 있다. 부천에 있는 뷔페식당 한곳에도 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제일 주력하는 일은 금천구에서하는 취약계층 먹거리 배달사업이다. 금천구에는 취약계층이 많다보니 이들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거다.

‘이그린’의 출발은 2010년 법인을 설립하고 일자리 창출 예비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11월 금천구청과 구내식당 식자재 납품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3년 뒤인 2013년 12월 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가장 큰 사업은 금천구에서 진행하는 취약 청소년계층에 대한 먹거리 배달사업이다. 한달에 한번 이뤄지는 이 사업은 금천구 약 400가구 방학 때는 약 600가구의 청소년들에게 먹거리를 배달한다. 이 사업은 과거 취약청소년에게 주던 복지카드의 일환으로 복지카드 대신 직접 먹거리를 구비해 전달하는 것이다. 주민센터에서 품목이 정해지면 그 품목대로 이그린이 식자재 물품을 구성해서 집집마다 배달한다. 물품은 쉽게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에서부터 간편조리식품, 반찬 등 다양하다. 방학 때는 과일도 배달한다. 단순한 일처럼 보이지만 쉽지 않다.


 Q. 일일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배달이  쉽진 않았텐데?

집을 찾는 게 제일 힘들었다. 취약계층이다보니까 주소는 맞는데 막상 가보면 집을 찾을 수가 없다. 계단을 내려가고 지하를 가고.... 집이 있을 수 없는 구조에 집이 있고 또 가면 딱 방하나가 집인 곳도 있다. 그나마 금천구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컴플레인도 처음에는 많았다. 배달을 다니다보면 사람이 없는 집도 많으니까.. 워낙 살기가 바쁘다보니까 일하러가고 아무도 없는 집도 많다. 그러면 배달을 해야하니까 큰 소리로 부르는데 그걸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 지원받는 게 동네방네 떠들 일이냐고... 사실 마트에서 물건을 배달받는 거랑 똑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포장도 바꿨다. 처음에는 마트처럼 비닐봉지에 넣어서 줬는데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남들에게 다 보이는 거.... 앞서 말한대로 마트 배달받는 거랑 똑같은 데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민센터에 막 항의하고..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우리도 포장을 박스로 바꾸었다. 박스에 아예 넣어서 배달한다. 원하는대로 가급적이면 다 해주려고 한다.


Q. 그런데 식자재유통업이라면 구내식당이나 복지관 등 큰 식당을 상대로 식자재를 공급하는 것이 유리할텐데?

그런 곳은 대기업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 복지관이나 어린이집 뭐 규모가 있는 곳의 구내식당을 거래처로 뚫기 위해 여기저기 노력해봤지만 정말 힘들다. 공급단가 면에서 대기업을 못 당한다. 정말 우리와 차원이 다르다. 단가가.. 우리는 그 단가에 맞출 수가 없다. 거기에 서비스도 좋다. 한번은 아는 과장님이 대기업에서 써낸 제안서를 보여줬는데 어마어마 했다. 식자재는 똑같은데 가격도 싸고 후원해주는 것들도 많고 나같아도 그 업체를 쓰겠더라. 그래서 내가 “이걸 어떻게 다 해준대요?" 했다. 우리가 아무리 머릴 굴려도 그 단가를 못 맞춘다. 가격이 비싸서 못쓴다고 하면 할말이 없지 않은가.

틈새시장이 사실 없다. 아주 조그만 성당 구내 식당을 가도 대기업 유통업체가 다 잡고 있다. 장난이 아니다. 정말 바닥까지 박박 긁어간다. 그래도 가서 제안을 하면 가격보고 (대기업보다) 더 비싸면 어쩌냐?하면 사실 할 말이 없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그린’은 고군분투 중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진출을 통해 세계 유수기업들과 경쟁하는 대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영역이었던 식자재유통업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미 2011년 당시 아워홈, CJ, 현대푸드와 같은 대기업들은 연 10%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을 내세워 사업을 해나가는 대기업에게 중소상인들이 당해낼 수 없다.

특히 이들 대기업은 식자재공급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사회복지시설에 각종 후원금을 전달하는가하면 서비스(특별한 날 물품지원, 선물 등등)를 내세워 소규모 단위의 구내식당의 식자재까지 점령해나가고 있다. 당연히 기존 소상인들은 고스란히 거래처를 뺏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그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장벽은 이뿐만이 아니다. 관공서나 조금이라도 규모가 있는 기관들(예를 들면 유치원, 어린이집, 병원 등)이 가장 먼저 신경쓰는 것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위생문제다. 공신력있는 검증이 필요하다보니 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과 같은 인증 마크를 받은 업체를 선호할 수 밖에 없고 이를 갖추지 못한 영세한 업체들은 자연 밀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어린이집의 경우 부모들의 요구가 까다로와 풀무원과 같은 알려진 브랜드의 친환경 식품을 신뢰한다.


Q.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규모있는 거래처를 따기는 아예 난공불락인가?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우리같은 소규모 업체가 오히려 대기업에다가 MOU를 체결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즉 안전한 물품을 원하니까 풀무원이나 삼성과 같은 식자재유통업에게 식자재 배달을 의뢰한다. 즉 주문은 우리가 받고 거기에 대한 식자재를 배달해주도록 하는 거지. 제가 거래하는 금천구 복지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같은 관내이다보니 배려를 해서 거래를 하고 있지만 식자재는 대기업의 식자재유통업체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복지관 쪽에서 위생문제에 안심할 수 없다며 해썹인증을 요구했다.


Q. 그렇다면 결국 중소업체들은 중간 다리 역할 밖에 할 수 없고 고스란히 대기업에게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건가?

실제 많은 중소유통업체가 그렇게 가고 있다. 우리는 저장창고도 갖추고 또 물건도 직접 포장하고 배달하지만 잘나가는 중소업체 중에는 저장창고는 커녕 배달 트럭 한 대 없이 책상하나에 전화기 한 대만 놓고 일한다. OO이라고 사회적 기업으로 식자재로서는 제일 잘하는 업체다. 그런데 거기도 조그만 창고하나 없고 다 영업사원만 있다. 이 업체가 우리와 규모에서 차원에 다른 게 한달에 5억원씩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린 몇 천만원 단위인데...

영업만 해서 거래에 성공하면 거래처 몇 개를 묶어 대량으로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으니까 대기업과 싼 단가에 협약을 맺고 식자재는 대기업에서 직접 배달하도록 하는 거다. 그게 더 안전하니까. 어찌보면 대기업의 영업사원인 셈이다.

 

Q. 그렇다면 차별성에 대한 고민이 클텐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친환경 먹거리였다. 봉천동에 있는 아는 두부 업체가 우리 국산콩으로 하는 두부를 만드는데 시니어들의 일자리 창출의 하나로 나이든 할머니들을 고용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좋은 먹거리니까 어린이집에 그 업체의 두부를 사서 공급하려고 했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거니까 우리 콩이라는 것을 충분히 어필해서 하려고 해도 해썹 인증마크가 있어야 한다. 두부를 하려면 이 두부가 어떤 온도에서 익혔으며 어떻게 만들었다는 인증서가 있어야하는데 그게 소기업은 안된다. 이런 게 없으니 써줄려고 해도 안된다.

내가 어린이집 원장을 설득해서 제안을 넣더라도 부모들은 풀무원 두부같은 대기업 브랜드의 식품을 원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Q. 그렇다면 이그린이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 가장 절실한 건 뭔가?

영업요. 영업을 잘하는 법을 알고 싶어요. 식자재공급의 경우 생물을 빼놓고는 거의 공산품이나 다름없어요.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걸 사가지고 와서 배달하는 거죠. 문제는 대기업을 상대로 얼마나 영업을 해서 거래처를 확보하느냐의 문제니까.

영업은 그냥 다닌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복지관이면 복지관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영업을 해서 이를 결정하는 키맨을 찾아서 설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영업에 아직 서툴다보니까 그게 제일 아쉬워요. 영업에 능숙한 사람.

사회적 기업들을 위해 영업을 해주는 공동의 영업사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하.


Q. 영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금천구의 민관공동협력단이 있다. 금천구 직원과 사회적경제지원협력단 센터장과 같이 몇 명이서 업체를 방문해서 푸시를 해보는 거지. 그런 식으로 금천구청에서 많이 도와준다. 그리고 나라장터를 통해 경쟁입찰이 올라오면제안서를 넣는다. 무조건 다 넣어볼려고 한다. 벌써 몇 번 넣어봤지만 안됐는데, 일단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어떤떤 업체는 몇백번을 넣어봤다고 하는데 아직 저는 그 정도는 안해봤으니까..

 

기울어진 운동장?! 그래도 사회적기업 ‘이그린’은 꿈꾼다

이야기는 할수록 답답했다. 모든 것이 결국은 자본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했다.  [11면에 계속]

[9면에 이어]

처음부터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이 아닐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그린과 같은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먼저 대기업이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방치해두는 룰부터 고쳐야할지 모른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이라는 게 있지만 대기업의 밀어붙이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들이 법망을 피해나가는 방법은 많고 많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오히려 신정희 대표가 햇수로 4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게 용할 정도다. 거기에 사회적기업으로서 후원이나 일자리 창출을 생각하는 게 오히려 사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신정희 대표는 씩씩하다. 물론 힘들다는 말을 수없이 했지만 여전히 싸워볼 힘과 근육이 보인다. 대표로 들어와 그동안 업체를 재정비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젠 영업에 좀더 집중해야한다. 아직까지는 금천구의 지원에 힘입어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구청에 의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사회적 기업으로서 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Q.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4년을 해왔는데 그동안의 감회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건 진짜 좋다. 하면 할 수록 매력을 느낀다.왜 그러냐면 어쨌든 계속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에 대해) 교육을 받다보면 생각이 바뀌더라. (돈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한가지라도 동네사람들을 위해서 사야한다고 바뀐다. 취약계층도 눈에 보이고.

제가 평소라면 영등포노숙자 사무실에 갈 일이 있겠나. 난 봉사, 별로 안좋아한다. 그런데 노숙자 사무실을 다니고 그러다보면 저 사람들 양말을 하나씩 사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적지만 매월 양말 몇 컬레라도 후원하게 된다. 처음 사회적기업할 때도 요건을 갖추기 위해 후원을 했지만 이젠 마음에서 정말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할까. 제가 영업을 하다보니까 그런 게 눈에 들어오는 거지. 제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닌데... 그래서 어떤 때는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대기업이 했으면 좋겠다. 몇 십년 사업을 한 사람들이니까 조금만 풀면 엄청나게 베풀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한다.


Q. 5년 후 이그린은?

(한참동안 생각하다가) 금천구보다는 다른 곳에 더 많이 하는 곳이 되고 싶다.

주변에도 사회적기업이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까 우리만 계속 해달라고 할 수도 없지 않는가. 자생력을 키우려면 관외에서 많이 해야한다.

그래서 상공회도 가본다. 발을 넓혀야하니까...(5년 후에는) 지금보다 규모가 엄청 늘어나진 않더라도 타른 지역을 할 수 있어야할 것 같다. 이쪽 일은 틈새시장이라는 게 2년마다 (업체를) 로테이션을 하는데 계속 (입찰)서류를 넣다보면 기회가 잇지 않을까.

 

Q. 시니어 사업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나?

제가 나이를 들다보니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나이든 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자리에서 더 소외된다. 나이들면 마음도 여려지고... 일거리가 없으면 너무 힘들다. 많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실제 어르신들도 일을 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그런 분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그런데 아까 말한 두부공장도 시니어센터에서 하는 두부공장인데 상담을 했더니 ‘판로가 없으면 너무 힘들다고 하지말라’고 말리더라. (웃음)

   

‘이그린’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거리의 무수한 상가들에서 이그린의 모습을 본다. 많은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금천구를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하는 이그린의 도전이 주목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그린이 부딪친 현실이 이그린만의 현실이 아니듯 이그린의 ‘성공’ 또한 이그린만의 성공이 아니라 무수한 많은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으니까. 건투를 빈다.


2016. 5. 

 금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경제 주민기자단  박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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