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맛집-독산동 난곡터널 앞 '사계절 고흥식당'


`가서 맛없으면 음식값 다 내기!  ' 동네 지인이 어쩌다가 알게 된 맛집을 내게 소개하면 나는 이렇게 단단히 약조하고 그 식당가서 함께 먹어준다.
지인은 식당 광고에 덧붙여서 내가 아는 식도락가 몇 명의 이름을 대면서 그 사람들도 거기 가서 다 맛있다고 했다고 한다. 이정도의 광고를 들으면 내 입안에는 벌써 군침이 돌고 배가 저절로 고파와서 시계를 쳐다보며 약속시간을 잡게 된다.
없는 살림에 간혹 하는 외식 인데 어찌 식당을선택하겠는가?

외식의 제1조건 곧 죽어도 맛있어야 한다. 한사람만 맛있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구동성으로 맛있다고 해야 한다.
사계절 고흥 식당은 독산동 20미터 도로에서 난곡터널 방향으로 꺽어서 100미터 가면 오른쪽에 있다. 

 


고흥 해풍에 살짝 말린 갯장어구이를 주문하자 맨먼저 부드럽고 쫄깃한 쭈꾸미 숙회가 초고추장과 함께 나왔다. 초고추장에 들어가는 식초는 식당에서 직접 막걸리를 발효시켜서 만든 것이다. 고흥에서 재료를 직접 공수해서 만든 감태무침, 달래무침, 톳무침, 정어리젓갈에 박아놓아 만든 고추장아찌, 순무와 갓을 넣은 동치미, 묵은 김치, 새끼손톱보다 작은 통마늘(이 작은 것의 껍질을 어찌 다 깟을까),깻잎김치,우거지된장국, 꼴뚜기젓갈 등 식당의 밑반찬은 매일 약간씩 바뀐다.

고흥에서 올려주는대로 만들다보니 그날 재료에 따라서 그렇다. 주 요리도 식당이름처럼 사계절마다 바뀐다.
봄에는 서대찜,서대무침, 쭈꾸미 여름에는 장어(하모)탕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굴, 매생이, 꼬막, 갯장어구이.
고흥에서 제철에 나는 해산물과 푸성귀들을 재료로 써서 음식들은 각기 제 향과 맛을 품고 있다.

요즘 나오는 달래의 경우 강한 향과 너무 매운 맛을 지녀서 다듬어 하루쯤 재워서 내놓는다고 한다. 음식이 나오는대로 자꾸 카메라를 들이대니 주인아주머니는 사진 찍기에 이쁘지는 않다며 쑥쓰러운 표정이시다. 우리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제철에 나는 것이 건강에 좋으니 건강 생각해서 많이 먹으라 하신다.

사계절 고흥의 음식을 먹어보면 각자의 재료가 갖는 그 고유의 향과 맛 때문에 고흥 어느 들판이 떠오른다. 마치 시골집 뒷마당에 심어놓은 갖가지 푸성귀를 금방 뜯어다가 푸짐하게 한상 차려낸 것 같다.
가끔씩하는 생각. 내가 식당을 한다면 메뉴가 꼭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날 장에 나온 가장 싱싱한 재료로 거기에 딱 맞는 음식을 만들어 팔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그런데 우리 동네에도 그런 식당이 작년 6월부터 있었단다.

남해바다 지금쯤 무엇이 한창나고 들판엔 바닷바람에 어떤 나물이 산들거는지  생각에 바다가 그리우면 `사계절 고흥식당(02-863-2332)'에  찾아가보라.  이미 그곳에는 제철을 맞은 해산물로 남해바다가 출렁이며 남해에 갈 수 없는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김현미 시민기자
(독산3동)

독산동 정훈단지 신한은행 골목 사이로 가다보면 왼쪽편에 ‘바지락칼국수’라고만 크게 써진 작은 식당이 있다. 간판 말고는 아무런 꾸밈도 없는 작은 식당이지만 이래뵈도 모르는 사람 빼고 이 동네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다는 소문난 맛집이다. 손님이 유난히 많은 토요일 점심시간에 찾은 터라 몇 개 안되는 테이블에 손님이 꽉 차있다.

3평 남짓 되보이는 온돌방이 전부인 비좁은 공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임,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 모임, 온가족이 함께한 모임 등 다양하게도 앉아 있었다.  식단은 오로지 딱 두 가지의 메뉴뿐이다. ‘바지락 칼국수 5000원, 팥칼국수 5000원’ 근엄하게도 적혀있다.



그 중에서 메인은 간판 이름대로 바지락 칼국수이다. 우선 바지락이 듬뿍듬뿍 인심 좋게 들어있고, 그 국물 맛은 시원하고 달큰한 바지락의 진한 향이 그대로 담겨있다. 전라도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는 팥칼국수는 걸죽한 팥앙금에 칼국수 면발 사이로 찹쌀새알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찬은 딱 한가지 겉절이 배추김치 뿐이지만 그 김치맛도 아삭아삭 젓갈향에 살아있어 자꾸만 손이 간다. 

단골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절대 사람 숫자대로 주문을 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음식을 담는 그릇부터가 기존 음식들과는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둘이서 가는 경우이다. 둘이서 가면 1인분을 시킬 수도 없고 2인분을 시키면 반드시 남기 때문이다. ㅋㅋ그래서 이곳은 단체손님을 부르는 식당이다.

손님이 가득찬 식당에는 계속해서 손님들이 빼꼼하게 얼굴을 들이밀며 동태파악을 한다. 항상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많기때문에 자리가 있나 하고 보는 것이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여서 온돌이 반갑기만 한 손님들은 그새 엉덩이를 들이밀고 주문을 한다. 어쩔 수 없다. 이럴땐 얼른 먹고 일어나야 한다.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싶은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은 주인이 아니라도 안타깝기 때문이다. 

공간은  좁고 손님은 많기 때문에 칼국수 면발을 고르게 썰어야하는 아주머니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자꾸 신경 쓰이시나보다. “너희들 자꾸 떠들면 옆에 계신 할아버지가 이놈~ 하신다!” 하시면서 주의를 주신다. 그러면 칼국수를 열심히 드시던 옆테이블 할아버지는 머쓱해지셔서 한번 보고 웃어주신다. 젓가락 가득 들어 올려 진 울툴불퉁 제멋대로인 칼국수 면발처럼 우리네 삶도 그렇게 다르지만 같게 흘러가는 것 같다.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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