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힘들지?

보안 감사가 있던 날.
며칠 동안 준비한 대장들과 서류들을 제출하고 마침내 마무리짓고 하루가 끝났다. 에휴~
동료들이 사당동에서 호프한잔하자는 뻐꾸기를 날리셨으나 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오늘은 삐약삐약 병아리들 챙기러 들어가 봐야겠어요.ㅠㅠ
저녁10시... 졸음이 쏟아진다.
둘째가 책 한권을 들고 와서는 읽어달란다. `혹부리영감'
웬만하면 내일로 미룰까 하였으나 그 정도도 못해주느냐는 모 처의 압력이 들어와 아들과 딸을 옆에 앉히고 책장을 넘긴다. 이건 왜 이리 글자가 많은 거니..ㅠㅠ
읽다 보니 지친다. 눈꺼풀은 내려가고 발음은 꼬인다.
그래도 읽어간다.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 집에 들어가 노래불러주고 혹떼고 부자되고 어쩌구 저쩌구...하는 순간 들리는 한 마디.
 "아빠, 힘들지? "
책에서 시선을 떼고 바라보니 아들이다. 아들녀석은 책 대신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힘든 건 아니구 그냥 졸려서 그래"   "아빠, 내가 읽어줄까?"
그럴래? 이제 두 페이지밖에 안 남었거든.. ㅎㅎ
하지만 여동생은 오빠보다는 아빠의 목소리를 원했다. 그래서 결국은 내가 끝까지 읽어주었지만.
 이렇게 든든한 아들이 되어 주다니. 아빠가 너한테 참 고맙다.



서점 나들이

막내는 집에서 엄마가 재우고. 두 녀석을 데리고 집근처 마트로 갔다. 그런데 무조건 이책을 사달란다.  `7급 한자 따라쓰기 ' .잘 보고 그려라열살이 된 아들에게 기념으로 책을 한권 사주었다. `10살에 꼭 만나야할 100명의 직업인'  이제 열살!이다.  갓 태어난 너를 안고 6월의 초여름에 땀 삐질찌질 쌍문동 언덕배기를 올라가던 그 날이 생각난다. 앞으로 오년만 있으면 아빠랑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을 수 있겠지. 십년만 있으면 어른이 되어 우리 집의 튼튼한 대들보가 되겠지. 그땐 녀석과 호프한잔 해야겠다. 안놀아줄래나....



김희준(독산4동)




#아빠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딸


모처럼 일찍 퇴근한 저녁, 오늘은 다섯 살 딸래미에게 팔베게를 해주고 잠을 청하는데
옛날 이야기 한판 해주고 이제 그만 자자 이녀석 머리통이 왜 이리 무거워 다섯 살인데.
"재은이는 결혼이 뭔지 알어?“
“응, 남자하고 여자하고 같이 사는 거..”
“재은이는 나중에 결혼할 거야?”
“응, 아빠 죽으면 다른 남자하고 결혼할거야”
(흐미...니가 나랑 지금 결혼해서 살고 있냐?)
“아빠 안 죽으면?“
“아빠 나중에 재은이 엄마되면 죽는 거 아냐? ”
“야, 너 엄마도 결혼했는데 할아버지 살아계시잖아. 안그래?”
(약간 버럭)
“응 그건 그러네..”
(요것이 아주 애비 죽는 날만 기다리는 건지...)
“재은이는 결혼하면 아기는 몇 명 낳을거야?”
“음...엄마처럼 세 명! "
"엄마도 아기가 세 명인데 할아버지 살아계시잖아, 그렇지? “
“그러네..잘 모르겠당. ”
딸의 눈꺼풀에 잠이 스르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천방지축 까불어대는 다섯 살 꼬마아가씨도 언젠가는 아빠의 품을 떠나 훨훨 날아가겠지.
그때까지, 그리고 그 후로도 내가 너를 많이많이 사랑할게...


#오빠는 선생님


지난 연말은 생각보다 조금 더 바빴다.
집에 와서 씻고 자고 일어나서 출근하기도 급급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아이들은 여름날 죽순처럼 쭉쭉 자란다.

어느 날엔가 퇴근해서 숨돌리고 앉아 있자니 놀라운 광경.
둘째가 동화책을 펴놓고 하나하나 글자를 짚어가며 또박또박 읽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 여보야.. 재은이가 갑자기 왜이래?"
나의 우문에 대한 정답은 오빠에게 있었다. 학교다녀와서 동생하고 같이 책을 읽어가며
연습장에 한글자 한글자 써가며 글을 가르쳐 준 것이다.
이런 놀라운 일이 나의 가정에 발생하다니~~
하긴 얼마전에 공책에 개발새발 연필로 난장을 부리던 기억은 난다만.. 어느새..ㅎㅎ
 2011년 한해,
너희들은 또 얼마나 커서 엄마아빠를 놀래줄 거니...
.기!대!만!땅!

김희준
(독산4동, 세아이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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