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4동  현대자동차 공업사  -문덕기씨

시흥4동 남부여성발전센터 앞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공업사’라는 소규모 카센터를 운영하는 문덕기씨를 찾았다. 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에 소개된 성기윤씨가 자신의 ‘애마’인 트럭이 고장났을 때 이른 새벽이든 주말 아침이든 때를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수리를 맡아주는 문덕기씨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카센터에 도착했을 때 손님 한 명이 차 상태를 설명하고 있었다. 익숙한 표정과 말투가 단골인 듯 했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려니까 또 다른 손님이 차 없이 몸만 쑥 들어온다. 익숙한 솜씨로 커피를 타면서 자리에 앉는 이 분은 시흥4동에 사는 김형진씨다.
“이 사람이 문씨예요. ‘문’자를 거꾸로 하면 ‘곰’이잖아요.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항상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성실한 사람이예요.”라며 인터뷰에 대신 나선다.
“언젠가는 이른 아침에 브레이크 등이 나갔는데 아침부터 첫 마수일 텐데 공짜로 그냥 갈아주는 거예요.” 문덕기씨는 “요샌 그 정도 서비스는 다들 해줘요.”라면서 쑥스럽게 웃는다.

그렇게 모인 단골들이 꽤 된다. 하지만 요샌 차들이 워낙 성능이 좋아져서 고장 나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괜히 안타깝다.
 문덕기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큰아들과 군대에 가 있는 작은아들, 두 형제를 둔 50세 중년이다. “제 아내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데 요샌 다이렉트 보험이 많이 생겨나서 많이 힘들어요. 모든 업종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카센터도 갈수록 대형화되는데 현대나 기아 같은 브랜드는 그 회사 출신들이나 받을 수 있지 우리는 꿈도 못 꿔요.”

이야기 하는 도중 개인택시를 수리하기 위해 손님 한 명이 들어온다. “야, 가게 정리 좀 했구나, 그래 좀 깨끗이 하고 있어야 손님들이 좋아하지. 요샌 아무리 실력 좋아도 깔끔해야 좋아 해.” 형님 동생 사이로 지내는 독산2동 신윤영씨다. 주유구 버튼이 고장 나서 찾아온 손님이다. 다른 곳에선 새로 갈았는데 못미더워 이곳을 찾은 모양이다. 문덕기씨는 스위치를 떼서 쓱쓱 칼로 기름때와 먼지를 닦아낸다. 다시 설치한 스위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척척 주유구 문을 열어제낀다.

신윤영씨는 여기저기 아직까지 손길이 못 미친 가게의 구석구석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 떠났다.
  말 한마디 다시 시작하기도 전에 이번엔 옆집 카센터 사장님이 방문했다. 문덕기씨보다는 조금 젊은 사장님이다. 누가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 커피 한 잔씩 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좋은 점만 쓰지 말고 뭐 잘 못된 걸 찾아보세요. 이런 사람들이 뒤로 구린 데가 있는 법이에요.”라며 농담을 건다. 같은 업종이라 경쟁관계여야 하는 두 사람은 한눈에 보기에도 허물없이 지내는 이웃사촌이었다.
문덕기씨는 정비 기능장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정비 3급 이상이면 누구나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지만 누가 알아줘서가 아니라 이 일을 하는 한 꾸준히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문덕기씨의 생각이다.    
    


  “돈이 사람을 따라와야지 사람이 돈을 따라가려면 힘들어서 못살아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올 때가 있고, 몇 천 만원씩 순식간에 까먹을 때도 있지요. 돈이 모이면 저축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거죠.
저는 목표를 높게 잡지 않아요. 목표를 높게 잡으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 정직하게 살 수가 없죠.”

최종 목표가 정직이라는 것이 남다르다. 정직이라... 요즘은 왠지 고리타분하게까지 느껴지는 단어이다.
하지만 정직한 사람은 누구의 어떠한 설명도 해석도 필요치 않다. 금세 또 한 명의 손님이 들어온다. ‘카포스’라는 정비협회 금천구지회 사무장님이시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한 시간 남짓 동안 다섯 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그러고 보니 하나같이 돈 되는 손님들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가장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인터뷰가 될 것 같다.
향기가 나는 꽃에는 벌나비가 날아드는걸까?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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