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도 같은 민족인데....”

“이 곳에 살 수 있어서 감사해요”

금천구에는 외국인과 조선족(한국계 중국인)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조선족은 20,858명(2011년 1월 1일 기준)이 거주하고 있으며, 주로 중국 동북3성(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에서 왔다. 대부분 중국 국적이고, 한국 국적을 취득 한 사람은 약 10%가 조금 넘는다. 보통 그들을 국적과 상관 없이 조선족(또는 교포)이라고 부른다. 같은 혈통, 한 민족인 조선족. 한국인이 생각하는 조선족은 어떤 이미지일까? 혹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고 하면 그건 혹시 오해와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장마철로 접어든 7월 3일, 마을신문 사무실에서 ‘재한동포연합총회(在韓同胞聯合總會, 이하 ’재한동포회‘)’ 금천지회 양덕자(54) 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 조선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재한동포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는 조선족이 서로 화합하고, 이 곳 적응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08년에 설립한 비영리민간단체다”고 설명했다. 양 지회장은 지난해부터 금천지회장을 맡아 일하고 있으며, 현재 금천지회 회원이 300여명 된다고 한다. 직업은 복지센터 요양복지사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살게 된 배경이 궁금하여 가족사에 대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한국전쟁 때 부모님이 만주(흑룡강성)로 피난 가셨다가 터를 잡고 살게 됐다. 저는 그 곳에서 태어났다. 시댁도 흑룡강성 가목사시며, 친정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시어른만 그 곳에 사신다”는 애환이 서린 가족사에 대해 얘기했다. 또한 부모가 피난 갈 때 헤어진 딸, 즉 양 지회장의 친언니(80)가 현재 대구에 살고 있다고 한다.

양 지회장은 신대방동에 거주하는 사촌 동생의 초청장을 받게 되어 2003년 10월에 홀로 입국해 지금까지 금천구에서 살고 있다. 남편은 조금 늦은 2006년에 입국했으며, 자녀로는 아들이 한 명 있다. 양 지회장은 한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남편과 아들은 귀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아직 중국 국적이다.

양 지회장의 가족사에는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픈 역사가 진하게 베어 있었다.

아픔이 있는 가족사 얘기를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금천구에서의 삶에 대해 물었다.

재한동포회 금천지회는 회원이 적지는 않으나 독자적인 사무실을 마련 할 형편이 못 돼 가산동 노인정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금천지회 활동에 대해 “회원 중 젊은이는 직장 때문에 모임이나 활동에 잘 참가하지 못하고 노인들이 주로 참가한다”며 “자체 행사로는 매 년 3.8부녀절, 어버이날, 추석, 송년회 때 모여서 행사하고 친목을 도모한다. 또한 2011년부터 매주 골목길, 인도 청소나 전봇대 스티커 제거, 공익 홍보물 배포 등을 한다”면서 깨끗한 마을을 위해 실천하고 있다 한다. 더불어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많으면 조선족이 버렸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건 편견이다. 일부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살면서 많은 난관에 부딪치지만 조선족으로 살면서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는 것을 양 지회장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취업하기 어렵지만 조선족이 취업하기엔 더더욱 쉽지 않다고 한다. 취업하더라도 대부분 3D 업종이다.

양 지회장은 생계를 위해 한때 사우나에 취직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교포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때는 정말 민망하면서도 화가 났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덧붙여 “조선족 채용을 기피하는 곳이 많다. 아마도 언어 소통이 부족하거나 센 억양 때문에 싫어하는 것도 있고, 과거에 일을 못했던 사람을 전체적으로 확대해서 보는 편견도 있는 것 같다.”며 조선족을 채용 할 때 그 사람의 진실된 모습만 봐주기를 바랐다.

또한, 탈북자와의 차별도 얘기했다. “같은 민족인데 우리는 배제받는다고 생각한다. 탈북자에게는 정착비, 금전적 지원 뿐만 아니라 적응에 도움을 주지만 조선족에게는 그렇지 않다. 다만 입국법을 완화시켜줬을 뿐이다”며 살아온 터전을 떠나 조국을 찾아 온 조선족에 대한 제도적 관심이 부족함을 아쉬워 했다. 특히, “조선족은 다문화인이 아닌데 그렇게 보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한국계 중국인이라서 차별받고, 한국에서는 조선족이라서 차별 받는 것이 마음 아프다”는 양 지회장의 얘기에 왠지 모르게 가슴 한 편이 아렸다. 양 지회장처럼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이젠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지도 못한다고 한다.

“여기는 중국에 비해 가게나 식당 어디를 가든 손님을 생각하는 서비스가 좋고, 사람들이 다 친절해서 좋다”, “문화적으로 발전했고, 각 방면으로 편리”하다며 “무엇보다 습성이나 생활양식이 같고, 언어가 통해서 너무 좋다”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천상 그들도 같은 민족 구성원임을 엿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질문으로 구청이나 이웃,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물었더니 양 지회장은 서슴없이 “같이 사는 것에 감사한다”고 얘기한다. 덧붙여 “금천구에는 조선족도 많은데 구청에 전문상담 창구가 없어서 어려울 때가 있다. 구청에서 조금만 더 눈길을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타국에서 차별속에 힘겹게 살다가 조국인 이 땅에 들어와 또다른 편견과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는 조선족. 그들은 분명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다.

인터뷰를 끝낸 후에도 양 지회장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 이유는 뭘까?

“한국을 사모하는데 차별 때문에 섭섭해요”

재한동포회 금천지부 양덕자 지회장

 

최복열 기자

90by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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