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는 유명한 스포츠 용품 회사다. 그 회사 성수동 공장에서는 지금 노동자들이 농성 중이다. 노동자들이 집회에서 서명을 받고 있어 이유를 들어 봤더니 생산 공장을 인도네시아로 옮기면서 정리해고를 한 것이다. 공장을 옮기는 이유는 인건비가 경영에 부담이 됐단다. 항상 듣던 이유인지라 실제로 인건비 부담이 얼마나 되는 가를 알아보다 경악을 하고 말았다.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인건비 비중은 15% 내외였다. 100원의 매출 중 15원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점차 낮아지기 시작하여 1995년 평균 제조업 인건비 비중이 12.7%에서 2010년 8.5% 까지 내려갔다. 인건비 비중이 저하된 다는 것은 결국 구매력을 저하시키는 것인데, 다른 자본과의 경쟁만 생각하지 전체 사회에 대한 균형을 생각하지도 생각 할 수도 없는 개별 기업은 이런 최소한의 통찰을 하지 못 한다. 2005년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을 할 때 인건비 비중이 4.5% 내외로 기억하는데 그것만도 전체 평균의 반 토막이라 분노를 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인건비를 내리려면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으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K2는 총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점점 낮아져서 2011년 결산 기준으로는 5.4%다. 이건만 해도 2010년 기준 제조업 평균 8.5% 보다 퍽 적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생산제조 파트로만 한정한 인건비는 2011년 결산 기준 전체 매출액에서 1.9% 였다. 세상에 1.9%라니....
정리해고를 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세상이 돈 중심으로 미쳐 돌아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시켜 무제한의 해고권한을 자본에게 주었지만 그래도 '인원삭감은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정이다.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으면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것도 우리 노동자들에겐 터무니없는 조건이다. 왜냐면 자기 잘못도 없이 해고를 감당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경영상의 이유로 적자가 발생하면 회사가 미안해하며 휴업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민주주의도 커지고 경제도 발전했다면서도, 잘못은 자본이 저지르고 고통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합법화하니 노동인권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역사적 퇴행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야만적 풍조가 아니라면 주장조차 할 수 없는 반인간적 반민주적 악법이다.
최근 이 회사는 엄청나게 급성장했다. 매출액은 10년 사이에 15배가량 가파른 상승세였고 당기순이익은 무려 45배나 늘었다. 하락한 것은 오직 인건비 비율과 노동소득분배율이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자료에 따르면, 대표와 가족들은 100% 주식으로 2009년, 2010년, 2011년 수십 수백억 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러면 회사가 부담을 느낀 높은 인건비의 기준은 무엇일까? 보통 상식으로는 동 제조업 평균정도보다 인건비를 높여 지급할 때다. 하지만 제조업 평균 8.5%의 1/5도 안 되는 인건비 비중으로 부담을 느낀다는 것은 합리고 객관이고 성립할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하향하거나 정체되는 것인데 이 회사는 무섭게 상승 발전 중이다. 그러면 이 회사 대표는 어디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느낀 것일까? 노동부와 정부는 어디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합리적 기준을 발견한 것일까?
K2코리아는 지난해 73명을 신규 채용했다는 이유로 올 초에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선정돼 각종 대출금리 우대, 세무조사 면제, 3년간 근로감독 면제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 상을 받고 바로 혜택을 챙기자마자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세상이 못써지는 것은 사람들이 잘못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몰염치가 증대되는 것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정도면 가히 염치 자체를 파괴하는 파렴치(破廉恥)가 아닐까?
도대체 자본은 노동자에게 얼마만큼을 안줘야 성이 찰까? 아예 공짜 노예노동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경제란 본시 사람이 고르게 잘 사는 것이 목적인데 돈이 돈 버는, 그래서 사람이 수단이 되고 일회용품이 되는 경제는 이미 경제가 아니다. 만인의 욕구를 실현하기에 충분한 인간 경제력이지만 단 한 사람의 욕망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탐욕과 파렴치한 세상을 만든 것은 결국 돈이라는 물신(物神)에 정신을 못 차리고 사는 우리, 1.9%도 비싸다며 생산 노동자체를 모독하는 만행을 지켜만 보고 있는 우리들의 무기력한 모습은 아닌지. 세상 보는 마음이 슬프기가 그지없다.
2012.06.15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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