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제 16회 서울남부지역노동해방 열사정신계승 문화제가 열렸다. 그리고 사전 행사로 열사들의 자취 따라 공단 순례도 했다. 문화제는 열사가 바라던 세상!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 "희망은 바로 당신입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었다.
우리 지역(서울남부)에서 노동계에서 열사로 추모하는 분은 다섯 분이다. 신흥정밀의 박영진 열사, 서광의 김종수 열사, 기아 소아 공장의 이종대 열사, 남부지회의 양순녀 열사, 한독운수의 허세욱 열사가 그들이다. 이중 네 분 열사가 전태일 열사와 함께 마석 모란공원에 묻혀있다.
열사란 누구일까? 문화제에서 나눠진 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돈과 권력에 맞서 폭압에 맞서 싸우다 살해된 이한열 열사 같은 사람, 불의한 폭력에 죽어간 박종철 열사 같은 사람, 제 몸 바쳐 역사가 된 전태일 열사 같은 사람들을 우리는 열사라 부른다. 열사를 통해 우리는 시대의 절망을 넘어 투쟁의 봉화 불을 댕기고 사회 변혁의 물꼬를 틔웠다. 열사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을 이기게 하는 역사의 원동력이다. 또한 열사를 본받아 우리는 개인에서 계급으로 개별에서 민족으로, 예속에서 자주로 억압의 사슬을 끊고 나설 수 있었다. 개인으로부터 조직으로, 개인으로부터 대중으로, 개인으로부터 계급으로 쉼 없이 밀고 가는 힘을 열사 정신이라 부른다."  
2공단 4거리에서 시작된 열사 순례는 독산동 마찌꼬바 공단을 지나 독산역을 건너 가산 디지털 역까지 이어졌다. 2공단 4거리는 1985년 세상을 흔들며 87년 6월 항쟁과 7,8,9 노동자 대투쟁의 시발점이 된 구로동맹파업의 중심지로 대우어패럴과 효성 물산이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행렬은 이제는 거대한 아성인 엘지 연구소를 지나 아직도 우리 지역과 공단의 비정규직 노동의 아픔이 서린 기륭전자 터를 지나 박영진 열사가 분신했던 신흥정밀(후에 마이크로 세라믹)이 공장 앞에서 열사의 열렬했던 생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경향신문 인쇄 공장이 된 지옥 같은 가난과 투쟁하다 산화된 김종수 열사의 산화 장소에서 열사의 흔적을 더듬었다. 당시를 회상하는 지금은 사장이 된 당시 노조 위원장의 한 서린 회고가 마음을 짠하게 울렸다.
그리고 열사문화제.
원래는 가산 디지털 단지 3공단 방향에서 개최하기로 했으나 처음으로 우리 지역이 아닌 곳에서 문화제가 열렸다. 바로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22분을 모신 분향소 앞이다.
사정을 이렇다. "현장을 지키고 지역을 지키며 희망을 개척하는 길은 우리가 갈 영원한 길이다. 하지만 올해 우리는 공단을 지키는 것을 유보했다. 쌍용자동차 22명의 원혼들이 부르는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발생된 22명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치욕이다. 하지만 더욱 수치스러운 것은 이 죽음을 외면하는 정권과 자본의 추악함이다. 누구도 사람을 목숨을 정리할 수 없다. 누구도 신성한 노동을 비천한 것으로, 일회용 휴지로 만들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신성함이 사라지 세상은 그 자체로 다만 지옥일 뿐이다."
구로공단(지금은 가산 구로 디지털 단지로 불림)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다. 우리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의 지옥 같은 노동을 견디면서 우리사회 산업화의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 공은 전부 부정부패로 밀착한 소수의 부자들에게 돌아갔다. 사람답게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적 요구다. 노동이 아름답고 인간에 대한 존엄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해 낼 수 있는 최고의 민주주이다. 하지만 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투쟁이 역사 발전과 민주주의의 골간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고 오직 자기들의 부를 가로 막는 범죄로 부는 것에 의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조차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목숨을 걸고 민주와 인권을 만든 것이 바로 열사들의 삶이다. 그리고 그 열사들과 함께 우리 지역은 우리시대 민주주의와 인권의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 성과 조차 부박한 정치인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어둠이 짙어지는 시간 속에서 진행된 문화제에서 함께한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들은 열사정신을 올바로 계승하여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돈 중심의 세상을 사람의 세상으로 만들 것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원직으로 복직하고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여 살인자를 처벌하는 날까지 힘차게 함께 투쟁할 것이다"
저 함성이 우리 금천 구민의 모두의 기도로 나아가길 바래본다. 촛불을 부르는 이명박 정권의 터무니없는 행위에 맞서 살아 투쟁하는 열사 정신이 우리 사회를 다시 민주와 인권의 열기로 달라 오르길 기대한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02-859-0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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