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베르베르의 작품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말입니다. 저는 <개미>를 읽으면서 감탄도 했지만 뭔가 즐겁지 않은 기분, 불쾌함 같은 것이 남아있어 이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나무>에 대해서는 그 표지가 주는 신비함과 <나무>라는 제목이 주는 감성적인 느낌으로 보아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열 개가 넘는 단편이 담긴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습니다. 작가는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물건이나 사람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보태서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이 말을 하고 우리의 행동이나 생활을 간섭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만약 왼손이 반란을 일으켜 내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면?
미래로 여행을 갔는데 그 미래가 주는 것이 끔찍한 냄새와 지저분한 거리, 비인간적인 모습들 뿐이고 그 와중에도 자기네 보험을 팔려는 사람이 계속 미래까지 따라와 강요한다면?
장기나 뇌가 모두 투명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의 마음을 속일 수 있을까요? 거리에 엄청나게 냄새나는 물건이 떨어집니다. 사람들은 이 물건을 없애버려 하지만 너무나 크고 무거운 바윗덩이 같아서 역부족이었죠. 결국 사람들은 그것을 유리로 막아 냄새를 없애는데 성공을 합니다.
그런데 잠시후, 외계의 한 생명체는 그것을 집어들어 보석상에 팔고 이 작은 생명체(인간)들 덕분에 자기는 보석을 갖게 되었다고 좋아하지요. 앞으로는 더 냄새나는 물건을 던져놓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파브르가 곤충기를 썼듯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생명체가
인간을 관찰해서 쓴 내용도 있습니다. 한참을 웃다가 좀 심각해집니다. 거북해집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들이 사실 미래의 과학 발달 이야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베르베르는 결국 우리의 현실을 이렇게 괴상한 이야기로 다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그것도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들이여, 진정 너는 영혼이 있는가?” 첫 이야기에서 나오는 이 말을 어린 신들이 나오는 마지막 이야기에서도 어김없이 -물론 속으로- 우리에게 되묻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청소년은 다 읽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3학년 이상이 좋을 듯합니다. 자신에게 되묻기가 가능하다면 누구나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베르베르가 왜 인기 있는 작가인지 조금은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탐방 기고 > 은행이의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행이 31번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0) | 2012.07.20 |
---|---|
은행이 30번째 <하이에나는 우유배달부> (0) | 2012.07.20 |
은행이 28번째 책 '야옹, 고양이 놀이' (0) | 2012.07.20 |
[코끼리 아줌마의 햇살도서관]을 읽고 (0) | 2012.03.14 |
웨인스콧 족제비 외 (0) | 2012.0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