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심리정서 지원프로그램 ‘초록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펴다.’
“화장실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온갖 오줌냄새, 똥냄새 가득하고, 세균이 득시글거리는… 우리는 흔히 위생적이지 못한 곳을 이야기할 때 화장실과 비교하곤 한다. 그만큼, 화장실은 쾌적하지 못한 곳의 대표적인 장소가 아닌가. 그런 곳에서 전시회를 한다니, 도대체 무슨 전시회를 한다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을 안고 지난 10월 15일(월)가산중학교를 찾았다.
칙칙하고 냄새가 진동할 것 같은 화장실에 대한 고정관념은 완전히 부서졌다. 리모델링 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 화장실 벽면에는 곱슬버들과 난초를 이용하여 만든 오브제(objet)가 전시되어있고, 창가에는 각종 개성있는 동물모양의 토피어리(topiary)와 유리용기 안의 작은 정원이라 일컫는 테라리움(terrarium) 등이 전시되어있었다. 학교화장실이 아니라 어느 플로리스트의 전시회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품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매주 월요일 3시 30분부터 6시까지 가산중학교 과학실에는 화장실을 향긋한 오브제들로 채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가산중 아이들과 금천생태포럼(이하 생태포럼) 선생님들이 모인다. 이 시간만큼은 과학실 실험용 테이블이 어린 플로리스트들의 작업대로 변신한다. 생태포럼 회원이자 원예치료사인 김정임 씨가 이날 만들 작품의 재료들을 테이블에 펼쳐놓았다. 오늘의 재료는 주홍빛이 어여쁜 홍화 꽃과, 공 모양의 플로랄폼, 가을빛 물든 낙엽, 은행, 마른 꽃잎 등이다. 김 씨의 지도에 따라 아이들이 저마다 꽃을 꼽고, 낙엽을 붙이는 등 작품 만들기에 열중이다.
꽃을 붙이며 조잘조잘 이야기꽃도 피어오른다. 홍화 꽃을 동그란 플로랄폼에 다 꼽고, 이어 잘 말린 빨간 꽃잎을 스티로폼 볼에 글루건으로 붙이는 작업에 한참 열중인 신유진(2학년 5반) 양은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꽃을 만지며, 수다도 떨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이 저는 참 좋아요.”라고 말한다. 또한 “화장실에 전시해 놓은 작품에 매일 물도 주고, 들어갈 수 없는 남자 화장실은 남자아이들에게 물 좀 주라고 시킨다.”고 덧붙였다. 유진이의 말에서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애정이 전해 오는 것 같았다.
과학실에 깜짝 방문한 김희자 교감은 “예전에는 화장실이 삭막했는데, 요즘에는 생기가 도는 것 같다.”며 “화장실에 전시된, 작품을 보니 눈이 환해지고, 우리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정겹고 너무 좋다.”며 아이들을 격려했다.
아이들과 함께 꽃을 만드는 본 프로그램은 가산중 교육복지 지원사업의 하나로 청소년 심리정서 지원프로그램 ‘초록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펴다.’이다. 총 10회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있으며, 가산중을 방문한 15일은 4번째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생태포럼 서은주 대표는 “아이들이 작품을 만들면서 집중력이 향상되고, 꽃을 만지는 행동들은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말하며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지면서 아이들의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본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 : 가산중학교 화장실에 금천생태포럼 회원과 가산중 아이들이 함께 만든 플라워 오브제 자굼들이 전시되어있다. ]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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