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시간 짧아도 너~무 짧아

대통령은 5년 주는데 유권자 3시간 더 못주나?

대선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 투표시간 연장을 바라는 국민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금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금천인 산악회는 지난 11월 9일 오후 6시부터 8시 30분까지 시흥사거리에서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을 벌였다.

그들은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홍보를 했으며, 한 쪽에는 기표소와 투표함을 설치하여 투표시간 연장에 관한 주민의 찬반의견을 들었다.

투표시간 연장이 대선정국의 핫 이슈 중 하나임을 증명하듯 주민의 관심이 높았다. 캠페인 현장을 지나면서 투표시간 연장에 관해 먼저 얘기를 꺼내는 주민이 많았으며, 자발적으로 기표소에서 찬반 의견을 기표하여 투표함에 넣는 사람이 눈에 많이 띄었다.

행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캠페인 모습을 본 하미선(40, 시흥5동 거주)씨는 “투표일에 못 쉬는 회사원은 퇴근 시간이 늦어져 투표를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다. 투표시간을 연장해서 그런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비록 투표권은 없지만 고등학생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던 박민호(18, 문일고2)군은 “TV에서 투표시간 연장 얘기를 들었는데, 직장인을 위해서 연장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많은 사람이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했지만,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20대 젊은 남자는 “아침 일찍 투표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캠페인이 진행 된 2시간 30분 동안 투표시간 연장 찬반 투표에 198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그 결과 192명이 찬성했으며, 6명이 반대했다.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이 선거와 관련하여 민감한 사안임을 보여주듯 관계기관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캠페인이 끝날 때까지 금천경찰서와 금천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주변에서 캠페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야 정당도 뚜렷하게 입장이 나뉘어 있다.

투표시간 연장 시 추가 비용이 100억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연장할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정당이 있는 반면, 국민의 참정권 실현을 위해 정당 국고보조금을 줄여서라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당도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투표시간 연장이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세계 주요 국가들의 투표시간과 평균투표율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투표시간이 짧고, 평균투표율도 낮다. 영국(투표시간 오전 7시~오후 10시, 평균투표율 65.1%), 이탈리아(오전 6시~오후 10시, 80.5%), 일본(오전 7시~오후 8시, 62.6%), 미국(오전 6시~오후 8시, 68.9%), 한국(오전 6시~오후 6시, 56.9%)

또한, 11월 초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뷰와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 67.7%가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에게 4년, 대통령에게 5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만큼 주권을 행사할 유권자에게 몇 시간 더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투표시간 연장이 바로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구현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복열 기자

90by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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