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법대로만 해라

시민사회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세상에는 다양한 이유로 억울한 사람이 많다. 그 중에서도 13만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서울디지털단지(구로·금천지역 디지털단지)에는 같은 이유로 억울한 노동자가 유독 많다. 모두 경영자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아 생긴 억울함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그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정부기관조차 눈 감고, 귀 막은 채 복지부동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과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시민 사회 단체들이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단인 ‘노동자의 미래’는 11월 30일 오전 고용노동부 서울 관악지청 앞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 고발 및 서울디지털단지 노동권 개선을 위한 협약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10월 말부터 디지털단지에서 ‘노동법을 지켜라’라는 캠페인을 하면서 진행한 서명운동에 노동자 수천 명이 참여했다”고 밝히며, “경영자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다. 밤늦게 연장근로하고도 연장수당을 못 받고, 근로계약서 한 장 받지 못해 임금 떼이는 등 해도 해도 너무한 사연들이 있다”고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전했다. 또한, “경영자들은 노동자들이 피눈물 흘리지 않도록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최소 기준만큼은 지켜달라”고 요구하며,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와 노동부 관악지청, 구로구청, 금천구청은 노동자의 요구에 귀 기울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계약 시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근로시간, 휴일, 연차휴가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노동자의 요구가 없어도 무조건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고 있다. 제53조는 노동자가 동의하는 경우 연장근로를 시행하고, 제56조에 따라 연장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46조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 시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의 미래’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보면 ▲금속 제조업체 C사는 채용 면접 시 월 2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여 노동자를 고용한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실제로는 160만 원만 지급 ▲의류 생산업체 K사는 1주 평균 54시간 노동을 시키고도 법정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최저임금 위반 ▲IT업체 L사는 정규 출근 시각이 9시인데 8시 40분까지 출근하라고 강요하며, 8시 40분에서 1분이라도 늦으면 노동자들에게 지각비 징수. 또한, 업무 종료 후에도 1시간씩 강제적으로 무임금 업무 교육 실시 ▲콜센터 업체 M사는 연장근로 시 시급 5,000원 기준 적용(올해 최저임금에 따르면 연장근로 시급은 6,870원 이상이어야 함). 노동자가 지각하면 시급 6,000원 기준을 적용하여 임금 삭감 ▲콜센터 업체 C사는 연장수당을 30분 단위로만 지급. 즉, 퇴근 시각에서 29분 연장근로를 하면 무임금. 59분을 일하면 30분치 임금만 지급함.

그러면서 이들은 “근로계약서 교부, 무료노동 금지, 근로자건강센터 설립을 실현하기 위해 노(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부지구협의회)·사(서울디지털단지 사용자협의회)·정(고용노동부 관악지청, 구로구청, 금천구청)이 ‘근로기준법 준수 협약’ 체결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한 진정, 청원, 고발 30건을 관악지청에 접수시켰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보면 고용노동부의 역할에 관해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으로 보장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자의 미래’는 구로·금천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비롯한 지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최복열 기자

90byc@naver.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