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48.
글/ 김해원,임태희,임어진,김혜연
출판/바람의아이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가족을 테마로 한 장편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이 책은 장편소설이 아니다. 네 명의 작가가 쓴 네 가지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편소설과 같은 느낌을 준다. 왜냐하면 네 명의 작가가 네 가지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모두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이야기가 한결같이 나는 어떤 엄마인가, 아들인가 돌아보게 하고 스스로를 향해 나에게 가족은 무엇인지 묻게 하기 때문이다.
딸을 연예인으로 키우고 싶어 하는 엄마를 가진 공예린, 엄마는 가족이 울타리고 보호막이라고 선뜻 말하지만 예린은 가로막이라고 생각한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나이 많은 독신녀 안지나, 가족이 야만이고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은 엄마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디가 아픈지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재수 없는 쌍둥이 형이 있는 재형, 엄마의 잔소리만 없었으면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재형에게 친구는 ‘가족은 상처만 주는 관계’라 한다. 출판사를 운영한 40대 어른 남자 박동화, 가족이 둥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받아주는 어머니의 손과 같이 따스하길 바란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면 아빠를 부르며 달려와 안기던 딸은 이제는 커서 친구한테만 관심이 있고, 아내는 여러모로 분주해져서 그보다 귀가가 늦다.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핸드폰 광고를 찍으려고 모인 네 명의 주인공. 가족이 가로막이라고 생각하는 소녀 예린, 엄마의 잔소리가 없었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고 상상하는 재형,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고등학교 친구보다도 엄마를 모르는 안지나, 퇴근해서 빈 집 지키기 싫은 40대 가장 박동화, 그들은 모두 지금 가족 안에서 힘들다. 사랑과 관심을 너무 받아서 힘들고 또 못 받아서 힘들다. 핸드폰 판매원이 가족입니까 하고 물을 정도로 가족처럼 보이는 그들. 그러나 철저히 남인 그들은 각기 다른 갈등을 갖고 있지만 사랑이 넘치는 훈훈한 가족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다. 그리고 가상의 삶인 연기를 하면서 자신과 가족을 돌아보며 그들과의 화해의 길을 찾는다. 광고를 다 찍을 때 쯤 아빠 역을 맡은 박동화는 생각한다. 집도 가족도 변해가고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다고... 아마도 이 책은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청소년을 위해 기획된 책답게 청소년들의 모습을 참 잘 그렸다. 핸드폰 사달라고 하도 졸라서 사줬더니 수업시간에 갖고 놀다가 선생님께 빼앗기고, 게다가 요금폭탄까지 안겨주는 재형이나, 친구가 혼자 있어 무섭다고 11시 까지 친구와 있어주는 민주나 우리 아이들과 너무나 닮아있다. 청소년의 생각과 행동을 이렇게 잘 그리다니 어른이 썼지만 청소년 책 맞다. 하지만 청소년보다 부모들에게 먼저 권하고 싶다. 집도 가족도 변해가고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걸 어른이 먼저 깨달아야 가족이 잘 사는 일이 수월해 질 테니 말이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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