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뱅상 글. 그림/ 김미선 옮김/ 시공주니어 출판
책 속지에는 어디론가 분주히 다녀온 듯 펼쳐진 우산 두 개와 모자, 장화가 보입니다. 비오는 날 소풍이라?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지요. 소풍을 나설 준비에 들떠있는 두 사람은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준비를 합니다.
누구나 그렇듯 들뜬 마음에 싸갈건 왜 그리도 많은지... 이 두 사람의 들뜬 마음이 커다란 가방에 차고 넘치네요.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침을 기다리는 셀레스틴느와 아저씨. 이럴수가! 잔뜩 싸놓은 짐을 두고 비가 오다니!
좌절한 셀레스틴느는 말없는 시위를 시작합니다. 소풍을 못가서 뿔이 난 셀레스틴느에게 결국에는 아저씨가 지고 말지요, 비 안 오는 셈 치고 소풍을 가기로 한거예요.
빗줄기가 안보일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단단히 옷을 챙겨 입고 모자도 챙기고 우산을 펼친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옵니다. 대체 이런 날씨에 어딜 가나 싶어서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로 달려 나오는 지인에게 결국 한마디 듣습니다. ‘제 정신인가?, 이런 날씨에 아이를 데리고 나서다니!!’
하지만 우리의 셀레스틴느를 보라지요, 그런 아저씨의 질책어린 손가락질에도 마냥 웃지요. ‘이런 날 소풍가는 우리같이 멋진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하듯 비오는 날 소풍이라는 특별함에 푹 빠져버린거지요.
아저씨는 지인에게 말합니다. ‘어이, 잘 가게 친구. 비 좀 맞는다고 어떻게 되겠나?’. 다른 사람 시선 따위는 두렵지 않고 모든 것을 초월해버린 그 둘은 짐도 내려놓은 채 길을 따라 뛰어갑니다. 보통 비가 오면 “비가 오니까”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취소하는게 당연한 어른세계에서 이 곰아저씨는 어찌나 융통성 없이 다정다감한지... 남들 시선에 구애 받지 않고 아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곰아저씨 ‘에르네스트’가 멋져 보입니다.
지금은 멋진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마냥 비가 기다려집니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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