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2시 관악벽산타운 5단지 519동 앞 중앙공원에는 아파트 문인 동호회 호암문학회(회장 서복희)가 주최한 「시가 있어 좋은 아파트! “시”공모전 입선자 시상식에서 전시된 시를 읽고 있는 주민 이옥심(62)씨

 

“학생시절에는 나름 문학소녀였어요” 아파트 공원에 전시된 시를 감상하던 주민 이옥심(62)씨는 아련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간판의 글귀만 봐도 시가 떠오르고 그랬어요. 뜻밖에 아파트에서 이런 시들을 만나니까 젊음으로 돌아가는 심정이에요”


아침일찍 등산을 다녀오는 길 갑작스레 만난 시에 흠뻑 빠진 최영환(55)씨는 “나랑은 어울리지도 않는 시를 보니까 마음에 새로운 무언가가 생기는 것 같다”며 “집사람도 이번 시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아쉽게 당선은 안됐다”고 전했다.


손주들을 데리고 나온 백발의 할머니는 아이가 공원놀이터에서 놀고있는 동안 시를 읽는다. 짧은 시 한편을 감상하는데 한참을 서 계신 할머니를 차마 방해 할 수 없었다.

 


지난 13일 오후 2시 관악벽산타운 5단지 519동 앞 중앙공원에는 아파트 문인 동호회 호암문학회(회장 서복희)가 주최한 「시가 있어 좋은 아파트! “시”공모전 입선자 시상식」이 열렸다.


아파트에서 열린 작은 행사였지만 이날 행사장에는 차성수 구청장, 김두성 구의회 의장, 한인수 전 구청장, 금동초등학교 이경자 교장, 시흥2동 박종찬 동장과 아파트 입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를 나누고, 축하했다.

 


호암문학회 서복희 회장은 인사말에서 “높고 푸른 이 가을하늘 아래 맑고 맑은 공기로 숨을 쉬는 이 축복의 마을에서 문학이라는 튼실한 밧줄로 이웃사랑을 엮으며 아름다운 단지로 가꾸고자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고 생각한다”며 “기쁘면서도 한편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 앞으로 문학의 삶을 공유하면서 우리 단지에서 많은 문인이 배출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호암문학회 회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부터 23일간 시공모전에 응모한 아파트 입주민은 총 63명이다. 그중 학생이 33명이나 응모했으며, 짧은 기간임에도 많은 아파트 주민의 관심을 모았다. 호암문학회는 지난 5일 공모마감과 동시에 심사를 하고 일반부 우수작 5명과, 입선작 5명 학생부 우수작 2명과 장려상 9명을 선정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아파트 산책로에 우선적으로 전시를 하고 나머지 입선작들은 순차적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금천구청 공동체커뮤니티전문가 심명철 씨는 “이 행사를 통해 주민들이 문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학생들이나 단지주민 누구나를 대상으로 해서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시와 문학을 확산시키는 일을 하려고 한다”며 “조만간 문학교실이나, 시를 통한 마을화합 등을 통해 문인들이 가지고 계신 재능을 나누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시작이니까 조금 더 지켜봐 주시고, 호응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마을의 담장을 허물기에 앞서 아파트 집집마다의 문을 열자는 것”이 행사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멀리 떠나는 단풍여행도 좋지만 집 가까이 가을빛으로 물든 단풍과 아름다운 시가 있는 아파트 산책로에서 한 주간 피로했던 심신을 가을 정취에 맡겨 보는 것도 좋겠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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