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뒷산으로 나들이를 간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몸도 깨우고 마음도 들여다보는 참 좋은 시간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숲이 있어 누리는 행복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서 좋은 게 또 있다. 어린이도서관, 작은도서관이 그렇다. 이들 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책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믿을만한 동네 어른도 만나는 곳이다.
12년 전에 그런 꿈을 꾸었다. 우리 동네 아이들이 맘 놓고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동네 엄마들과 모여서 동화책을 읽다가 도서관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함께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15평 남짓한 곳에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다.
처음 도서관 문을 열고 매일 오후3시면 책읽어주기를 했다. 그 때 와서 뒹굴며 책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청소년이 되어서 다시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러 온다.
10여년을 넘기면서 어째 우여곡절이 없었을까마는 그래도 지금껏 처음 생각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동안 이사를 두 번 했다. 이제 날 좋은 5월에 세 번째 이사를 할 계획이다. 동네에서 제법 긴 시간을 지내다보니 우리를 응원해주는 좋은 이웃도 생겨서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이 반 지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아담한 독채를 사서 우리에게 전세살이를 하도록 내주었다. 고맙고 참 고마운 일이다.
좁지만 마당에 작은 텃밭도 있고 나무도 있으니 우리가 늘 꿈꾸던 모습에 한 발 더 다가간 셈이다. 빠듯하게 집을 구하다 보니 건물은 무척 낡았다. 내부수리를 해야하는데 비용이 없다. 이사갈 날은 잡아놓았는데 어찌해야할까 또 한번의 어려움에 부딪혔다.
내부수리를 지원해주는 공모사업도 찾아보고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통해 재능기부도 알아보고 사람과 사람을 건너면서 혹시 좋은 방법이라도 있을까 모두 나섰다.
이 글도 좋은 생각과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올려본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귀뜸을 해주면 좋겠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작은 손길들이 모여서 한 고개 거뜬히 넘어갈 것이다. 그래서 참을만한 무거움으로 봄날 같은 소식을 기다린다.

시미선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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