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기도 낳았다. 엄마가 되면서 180도 달라진 삶 속에 적응하며 남들도 다 하는 육아를 한다. 지칠 대로 지친 어느 날에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좀처럼 딱 떨어지는 대답이 나오지 않아서 당혹스럽다. ‘지금의 나는 누구일까...’역시 좀처럼 딱 떨어지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의 나’를 발견한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금천구 여성 글쓰기 모임 ‘너나들이’-


본 글은 금천구 여성 글쓰기 모임 ‘너나들이’가 발행한 ‘금천여우’에 실린 글입니다. 여성의 날을 맞아 금천구의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저자의 동의를 받아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은 내가 만족한다. 그거면 된 거다…

<조정옥 씨>

Q  주요활동 내용은 무엇인가요?

정옥│지역특화사업 활동가, 시민활동가, 마을운동 평화마을 학교폭력 지킴이, 금천학부모회 시민활동, 아이쿱 생협/한살림 활동가, 초등학교 운영위원장, 금천아이엔 마을 방송 활동가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이구요.

선자│아이쿱 생협활동가, 품앗이 ‘꼬마요리사1기’ 동아리지기, 태팅레이스 동아리지기, 우쿨렐레 동아리 ‘자화자찬’ 활동, 지역 내 주민참여 행사 등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두 아이의 엄마이구요.

정은│아이쿱 생협활동가, 요리 동아리 ‘꽃날’동아리지기, 지역 요리프로그램 강사활동, 우쿨렐레 독학모임 ‘자화자찬’ 리더, 지역 내 주민참여 행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구요.

소이│happysoi.com 블로그 운영, 육아커뮤니티 ‘금천구 사랑맘’ 카페지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두 아이의 엄마이구요.


전혀 뜻하지 않게 내 삶이 조금은 움직이고 바뀌어졌다. 내가 이런 활동을 하게 될 줄이야…

아이 때문에 세수도 못하고 머리는 헝클어지고…적어도 지금은 그때의 몸과 마음이 다르다. 

꽤 다행이라 여긴다


Q 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정옥│첫째가 3살 때 한 살림에서 내가 ‘몽키프랜즈’라는 소모임을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함께 요리, 미술, 산책(생태수업) 매주하면서 너무 재밌었고 서로 관심사가 맞으니 서로 인연이 오래 가더라구요. 

생협모임을 시작으로 음… 아이가 넷이다 보니 출산과 육아를 하며 6년 정도 공백기였는데 이제 어느 정도 육아에 자유로운 몸이 되어 활동하는 부분이 너무너무 재밌는 거예요. 

넷째 출산 후 육아 돌보미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좋으신 분을 만나게 된 부분도 있고 6여 년간의 공백기에 그동안 활동에 대한 내안의 욕구가 폭발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활동들이 너무 재미있고 애들만 키우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충족되지 않고 오로지 아이들만을 바라보고 키우는 것에 대한 한계를 가지게 됐다.  

활동을 하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애착이나 육아에 대한  길들이  더 보이는 것 같고 내가 좀 제대로 살아야 애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바르게 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내 만족이지만 애들도 분명히 느낄 거라 생각하고 엄마가 하고 싶은 것 열심히 하는 모습,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면 강요하지 않아도 보고 배운며 공유한다는 생각이 들어 활동을 계속 하게 된 거죠.


<생협 활동가/꼬마요리사1기 리더/전직 공학도, 꼼꼼함의 종결자/무한 도전주의  _박선자>

선자│아이쿱 생협조합원이 되면서 동아리, 마을모임 등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제가 직접 먼저 문의를 해 보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여러 가지 행사와 활동을 참여하게 되며 여러 가지 활동영역이 늘어나게 되었어요.


정은│저 역시 아이들 먹거리부분에서 좀 안전한 곳을 찾다가 가까운 아이쿱 생협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신규가입한 조합원들의 환영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자기소개를 하다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한마디가 제게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그 계기로 요리 동아리를 진행하게 되며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강하게 솟구쳤어요. 우연찮게 지역 내 요리프로그램과도 연결이 되면서 그 도전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기게 되었어요. 그러다 제 적성을 지금에서야 찾은 건가 싶기도 하구요..(웃음)


 소이│블로그는 둘째를 출산하고 나서 시작했어요. 둘째가 잠을 아주 잘 자더라구요. 낮에 집안일도 어느 정도 하고 좀 심심하고 무료해서 뭘 하면 좋을까 하다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런 게 있는 모르겠네요.(웃음) 

블로그를 하게 되면 온라인상이지만 인맥관리를 통한 그..뭐랄까요.. 사회와의 소통? 그런 소통이 가능하고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저도 상대에게 도움이 되고 저도 도움을 받는 그러한 활동들이 저에게 활력이 되었어요. 그리고 여러 가지 무료체험활동을 통한 경제적인 절약부분도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집에서 애만 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나도 뭔가 집안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 뭐 그런 거요. 남편이 벌어다 준 돈을 쓰는 게 그렇게 미안하더라구요. 

블로그를 통해 제가 원하는 제품들을 이용하고, 아이들 용품도 받고, 남편 선물도 하고, 부모님들도 챙겨드릴 수 있어서 나름 경제활동 하는 여자처럼 느껴져서 좋았어요.(웃음) 같이 블로그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고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어요.(웃음) 

애 낳고 나면 애 엄마로 내 인생이 끝나나보다 했는데 뭔가, 애 엄마가 아닌 블로거로서 나도 살아있다 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죠. 말 그대로 숨 트일 공간!


얻은 것이 많은만큼 감내할 것도 많다. 

그게 순탄한 삶일 것이다.

구구절절 털어놓아볼까..


Q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정옥 │많아요(웃음). 제가 한곳에 몰두하면 적극적이고 이러니깐 여러 활동적인 일들이 많다보니 그 속에서 약간의 한계가 있더라구요. 제가 일을 만들어놓고 내가 다 진행해야 하니까(웃음)


선자│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 즐겁고 만족하는 편인데 체력적인 부분에서 다소 힘들어요.

정은│지금 현재 제 현실에선 아이들과의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 소홀히 하게 될 때가 가장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그리고 요리수업이 있는 전날엔 항상 재료준비를 하는데 제가 조금은 완벽하게 하려는 부분이 있어서 스스로 제 자신을 괴롭힐 때가 좀 있어요. 비가 마구 마구 쏟아지는 날에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를, 시장을, 이곳저곳을 낑낑대며 들고 다닐때 ‘내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런 약한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자주는 아니구요. 제가 좀 악바리 기질도 있어서 아주 어쩌다가 한번이요.(웃음)

<요리 없인 나는 못살아! ‘꽃날’요리동아리지기/우쿨렐레 독학모임 ‘자화자찬’리더_이정은 >



소이│음.. 악플 달릴 때였던것 같아요. 저는 정말 순수하게 리뷰를 작성하거나 정보제공차원에서 포스팅을 하는데 뭐가 아니꼬왔는지 트집잡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어요... 클렌징 리뷰 쓸 때는 클렌징 전과 후가 차이가 엄청나다며 희생정신에 감탄한다고 비아냥거리는 댓글도 있었고... 그런 부분이 조금요...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이 항상 그곳에 있다. 

나는 그 끊을 다신 놓칠 수 없다. 

왜냐하면 나에겐 그럴 수 있는 에너지가 있으니까...

 

Q일을 하고자 하는 나만의 원동력이 있다?


정옥│돈 때문이었으면 그 시간에 자격증을 따서 안정된 직장을 찾았겠죠. 근데 그런 것으로 채울 수 없는  만족감이라 해야 하나 우리가 다 같이 찾고 있는 그런 것 있잖아요. 그것.

선자│집에서 육아와 살림에만 집중해야하고 애들에게 맞추기만 하는 생활의 반복 속에서 사람과의 소통이 필요했었는데 이런 활동들로 인해서 해소가 되었어요. 해보고 싶은 활동을 하고, 나도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존재구나... 어떤 때는 뜻밖의 저만의 재능, 능력이라고 해야 하나요.(웃음) 그런 소통과 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 때마다 그게 제게 원동력이 된 거죠.


정은│여덟 살, 네 살 육아에 지칠 대로 지쳐가던 중에 어느 날 갑자기 요리모임을 이끌어가는 저의 새로운 타이틀이 생긴 거예요. 저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재료를 준비하고 신경 쓰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렇지만 한번 도전해보자~ 그 속엔 책임도 있으니 이왕 하는 것 가장 최선을 다해 후회가 들지 않도록 준비를 하고 도전해보자! 늘 그 마음만은 한결같아요. 거기서 나오는 결과는 기대 이상이에요. 그 날의 메뉴 결과물에 만족해하고 같이 요리하신 어머니들께서 제 레시피로 만든 음식사진을 보내오고 재미있다고 하시고 다음시간에도 같이 하고 싶다고 하시고.. 음.. 물론 정당한(웃음) 금전적 댓가도 받고요. ‘내가 무얼 할 수 있구나, 나는 누구보다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이걸로 만족했던 한 사람이었는데.. 어제와는 다른 저만의 또 다른 타이틀이 생긴 거죠. ’제 3의 나‘를 발견한 순간이었어요. 저를 충전시키는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이요.


지금 지쳐있나요…?

 내 한마디가 작은 힘이 되어주길 바래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도 남편도 참 소중하지만… 

나란 사람을, 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답니다.


소이│계속 활동을 하게 되는 이유는... 그래도 내가 좋으니까요. 그런 악플에 내가 속상해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더라구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 때문에 내가 이 숨 트일 공간을 떠날 이유가 없는 거죠..


‘제3의 나’를 찾은 이로써 현재 육아와      일상에 조금은 지쳐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옥│최근에 직장을 다시 다니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집에 있는 엄마들은 힘 빠질 수 있는 부분이죠. 같이 애를 키우는 엄마였는데 저는 다시 직장생활을 하게 되고 자기는 애보는 엄마고..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의 출발시점이 다 다른 거니까요. 제가 약간 이기적일수도 있지만 제 자신의 중심적인 부분의 삶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아이에 대한 부분이 더 크다고 느끼는 엄마들은 그 시작 지점이 늦어질 수 있는 거지 옳고 그른 것은 없는 거란 생각이 들어요. 직장에 나와서 활동하면 아이들에게 늘 미안함이 있지만 내 삶 자체가 즐거워야 아이와도 그 즐거움을 나눌 수 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것 없이 오로지 애들만 보는 것 그 속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선자│저는 현재의 제 모습, 제 생활에 충실하고 싶어요. 쉽고도 어려운 일이죠. 이 얘기가 하고 싶네요.

정은│가끔 주위 분들이 그래요. 왜 안 해도 되는 것을 하냐고. 근데 저는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힘든 부분을 감수하고 일단 부딪혀보아요. 그래서 제가 얻으려는 결과물이 10분의 1만 찾을 때가 있더라도(웃음).... 하지 않아서 드는 후회는 느끼지 않으려 해요. 물론 제가 앞으로 해야할 건 더욱더 많을 거구. 계속 도전해 볼 것 같아요. 같이 해보실래요. 딱 한번쯤은요...(웃음) 적어도 후회감 들지 않는 것 그건 확실하거든요.(웃음)

소이│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한 것 같아요. 엄마가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잘 세워져 있어야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고 좀 더 멋지고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어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 자신의 모습을 잘 찾고 만들어보았으면 해요.

<강한 블로거/열정가득  ‘금천구 사랑맘’카페지기 _배소이 >


네 사람은 모두 다른 곳에서 각기 다른 활동을 하며 오늘도 ‘제3의 나’를 발견하고 발굴해간다. 서로가 다르지만 한 가지는 공통점이 있는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존재한다. 쉼 없이 하고자하는 그 넘치는 원동력이 말이다.


_ 글 : 이정은(myjungeun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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