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광 호

한밤 중 또는 새벽녘 노동자들은 하늘을 오른다. 가장 인적이 드문, 사람의 눈길이 사라진 시간에서야 함께 살자는 염원의 공간을 찾는다. 그가 참다 참다 못해 선택한 곳은 45미터 공장굴뚝이다. ‘노동자는 자본의 하수인이나 개가 아니다. 존중하고 존중받는 사람으로 노사가 만나 고용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선 하늘 길, 하늘로 올라 차린 굴뚝제단, 그 제단 위에서 희생양으로 살아 온 시간이 2015년 5월26일로 딱 1년. 2014년 5월 27일 새벽 굴뚝에 오른 노동자, 그의 이름이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 차광호다.   


우리는 철탑으로 굴뚝으로 오른 사람을 하늘사람이라 부른다. 그들은 자기 몸을 통째로, 하루 24시간을 다 바쳐 기도하는 사람이다. 될 때까지 오직 제 몸만 괴롭히는 이 시대 바보들의 투쟁. 돌도 칼도 총도 없이 세상 사람들이 칭송해 마지않는 간디의 무저항비폭력 투쟁을 전심전력으로 펼치는 평화로운 사람들이다. 이들의 목숨 건 투쟁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상처를 만난다. 신음소리를 듣는다. 몸에 가장 현명한 충고는 통증이라 하지 않는가? 미처 돌보지 못한 곳, 경중완급에서 밀쳐진 곳에서 발생하는 통증은 경고다. 부족하면 채우고 넘치면 덜어 울퉁불퉁 없이 고른 건강한 생명들의 세상을 만들자는 권고다.    


스타플렉스 김세권사장은 한국합성을 인수해서 관련기업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원해, 399억 원을 빌려 자산가치 455억 한국합섬을 인수한다. 그런데 공장부지가 공장구조구도화 시범단지가 되면서 땅값이 상승해 자산가치는 두 배 이상 올랐다. 공장운영이 어렵다는 근거로 내세운 2012년 적자는 주로 영업외 비용에서 나왔는데, 이는 인수 대금 300억 원을 한꺼번에 갚았기 때문이다. 경영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좋아졌다는 말이다. 스타플렉스가 한국합섬을 인수하여 스타케미칼을 운영할 때 매출액도 매출이익도 대폭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자본은 생산적 경영보다 부동산 등의 재산 증대를 노리며 투기성 먹튀 자본의 길을 선택한다. 끊임없는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 공장을 만들려했고,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폐업을 할 거면서 정리해고를 시도하며 노조를 분열 이간시켰다. 공장이 사라지고 노조가 무력화되고 민주와 인권이 열악해질수록 돈을 버는 천민적인 한국형 자본에 맞서 노동자 차광호는 어쩔 수 없이 45미터 굴뚝 위로 올랐다. 


문제의 핵심은 자본이 자기 생산성을 잃고 (금융)투기화 즉 먹튀가 됐다는 점이다. 투기자본은 경영이 어려운 기업을 저가로, 불법으로 인수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산업은행 등 국가기관이다. 투기자본과 국가기관을 연결하는 것이 김앤장으로 대표되는 로펌이나 대형 회계법인 등 이른바 전문가 그룹이다. 투기자본과 국가기간사이에 회전문 인사와 전관예우를 통해 대 정부 로비력을 극대화한 전문가 그룹이 먹튀 삼각동맹의 연결축이다. 이들은 투기적 수익을 위해 정리해고 조기퇴직 비정규직화를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반드시 기존의 노사관계를 파괴하고 노조를 무력화시킨다. 이것이 지난 20년 우리 사회를 지옥으로 만든 선진경영기법의 실체다. 그러고도 마지막까지 투기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그것이 기업의 재매각이다. 구조조정과 주가 상승으로 몸값을 부풀려 또 다른 투기자본으로 매각되거나 공장 구조화사업과 연결된 부동산 개발 투기 이득을 노린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성공한 M&A’다. 스타케미칼은 이런 흐름의 전형이다. 


스타케미칼 자본은 이득을 보고 있지만 더 큰 이득으로 위해 노동자 생존권은 무시해도 된다고 믿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의 경영상의 재량권이나 경영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적극 옹호한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 경영법칙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그들이 최소화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며 그들이 최대화 한 것이 빈곤과 차별의 재난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기는 난망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자본이 먹고 튄 그들의 선택으로 남는 사회적 폐해들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한다. 특히 폐업의 경우는 특별하다. 지엠이 떠난 디트로이트시의 비극은 디트로이트 시민이나 노조가 아니라 지역민과 일터 간의 공동체적 관계를 외면하는 지엠 자본의 책임이다. 하지만 지엠의 책임 대신 노조 탓만 하는 곳이 한국이다. 

폐업은 그 곳에서 인생을 산 노동자들, 노동자의 가족들, 연관되어 살아 온 지역 공동체를 파괴한다. 그럼으로 프랑스의 경우 자본의 일방적 폐업을 불법 시 한다. 폐업을 하기 전에 먼저 인수자를 찾는 의무를 부과하고 필요한 경우 회생법원이 관장 한다. 특히 노동자들이 인수를 한다면 먼저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의 책임은 폐업 자본의 대주주에게 돌려진다. 

결국 이윤을 위한 경영이라도 노동자들의 생존권, 노동권을 배제하는 것은 경제행위에 인간을 배제하는 사회적 범죄다. 기업인수 시 인수 기업에 대한 생산적 검토가 구조화되어 투기자본의 먹튀를 차단해야 하는 것도, 법적으로 책임의무 경영기간을 마련하거나, 기업의 해외 이전이나 해외기업의 사업철수의 경우에도 먹튀는 아닌지 감시하는 체제가 필요한 것도 경영에 대한 인간적 사회적 책임을 확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차광호, 사계절이 흐르는 동안 그에게 어려운 것은 더위일까 추위일까? 외로움일까 괴로움일까? 어떤 때는 쏜살이요 어떤 때는 달팽이 같은 시간일까?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는 슬프고 아픈 고공농성 기록을 늘려만 가고 있다. 단군 신화에서 웅녀가 사람이 되기 위한 기간은 삼칠일, 즉 21일이다. 차광호는 곰이 사람이 되는 기간 21일의 17배가 넘는 시간을 기도했다. 징하고 가혹한 자본, 문제해결 능력이란 전무한 한국사회의 잔혹함이 버무려진 기간이다. 하지만 차광호, 그가 축적하는 시간의 기록은 뜬구름이 아니라 우리 사회 평화와 평등을 향한 위대한 역사의 축적이라 믿는다. 절망 속에서 핀 연꽃 한 송이 청결한 기도다. 평등한 세상 평화로움을 살고 싶은 차광호가 옳다. 

세상아, 그의 말을 들어라.


 문재훈

남부노동상담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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