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도서관>  김혜연 글 / 최현묵 그림 / 비룡소


 2013년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15기 신입회원(2016년 현재는 18기 모집 중)들과 함께 ‘한책보기’로 처음 만난 동화책으로 10년이 넘게 도서관 활동을 하던 나를 돌아보게 했던 햇살 책을 2016년 싹이 움트느라 지지게 펴는 봄날에 금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며 우리 작은도서관들의 상황과 위치, 그리고 그 속의 우리의 모습을 보게 해준 ‘햇살도서관’은 우리에게 방향성을 다지게 한다. 

  평생 혼자 살던 김밥할머니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어려운 형편의 진숙씨 담임선생님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이룬다. 그 인연은 담임선생님을 통해 사서가 되고 싶었던 진숙씨 꿈으로 이어진다. 김밥할머니의 나눔이 어린소녀들의 실질적 꿈을 이뤄주고 ‘이금례도서관’ 햇살도서관까지 연결되면서 따뜻한 햇살은 번지어 나간다. 

  코끼리 사서 진숙씨는 도서관 이용자들을 살피고 무엇을 도울지 찾아 슬쩍슬쩍 책 한 권씩을 건넨다. 책을 잘 알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고. 사서가 할 수 있는 참 멋진 역할이기도 하다.  

진숙씨가 조용히 전한 책 ‘마틸다’는 외톨이 여섯 살 진주에게 용기가 되고. ‘박지성, 멈추지 않는 도전’은 키가 작아 걱정인 정호에게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다시 꾸게 하고. 식구들이 몽땅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넉넉하지 못한 고독한 수정이에게 ‘몽실언니’는 가난보다 외로움이 더 무섭다는 것과 자신의 존재감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빨간머리 앤’은 말더듬이 진주엄마 명혜씨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치유하게 한다. 

 또한 도서관에서 만난 ‘프레드릭’을 읽어주는 아줌마, 거기에 따듯하게 이끌리는 진주는 햇살을 모아 친구를 만나려는 희망과 용기를 갖는다. 말을 더듬는 엄마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또 엄마가 읽어주게도 한다. (엄마가 말을 더듬지 않는다. 말더듬이 엄마 명혜씨는 수다쟁이를 꿈꾼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도서관을 매개로 꿈을 갖게 되거나 꿈을 이루게 된다. 도서관은 아이와 어른 모두를 꿈꾸게 한다.

골목에서 늘 마주쳐도 인사조차 없이 살아갔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도서관을 매개로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 과정은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거나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책이 만나는 곳,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사람과 세상이 만나는 곳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햇살도서관’은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금천의 도서관은 햇살 번지는 도서관이고 그 곳 도서관에 코끼리 아줌마 진숙씨가 있다.^^


                 2016.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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