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종합선물세트?  종합과자선물세트? 과자 선물 세트? 정확한 명칭이 뭐지? 고유 명사인가? 그럼, 띄어쓰기를 해? 말아?’  잠깐의 고민을 안겨주는 바로 그것.  검색 엔진을 가동 할까 하다 말았습니다.  이런 작은 유년의 추억까지 요즘 문명에 의지 하고 싶지 않은, 조금 지난 세대의 자존심이랄까요...아무튼 예전에 그런 게 있었지요.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생일 등등 특별한 날에나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크기로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었던 커다란 과자상자 말입니다.

  부푼 기대감으로 포장을 뜯고 열어 보면 여러 가지 과자가 들어 있었어요.  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런 선물세트 같은 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영국의 작가 엘리너 파전의 <작은 책방>입니다.  여러 동화를 모은 작품집인데요, 1955년 작가가 자신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들을 손수 골라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다양한 이야기 중에는 옛이야기의 구조를 착실하게 따르는 것도 있고 실소를 야기하거나 교훈을 담은 우화도 있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도 있습니다.  

상자 안에 선택 받지 못하고 계속 굴러다니는 과자가 있듯이 별다른 느낌이 없는 이야기도 물론 있을 겁니다. 저는 그 중에서  <달을 갖고 싶어 하는 공주님>을 들려드리고 싶군요. 달이 갖고 싶어 궁전 굴뚝에서 눈물을 흘리는 공주님 때문에 온 나라가 한바탕 소동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공주님이 안 보이자 유모는 임금님에게 달려가지요. 그리고 말합니다. 은그릇 닦는 사내가 공주를 데려 갔을 거라고. 어떤 직접적인 단서도 없이 추측 만으로요. 임금님은 범인을 잡기위해 대장을 부르고 공주를 찾기 위해 탐정들을 고용합니다.  그런데 일이 좀 이상하게 진행 되어 가네요.  대장은 군대 소집 전에 병사들에게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고 오라며 일주일간 휴가를 주고 자신은 서재에 틀어박혀 치밀한(?)작전을 구상합니다.  탐정들은 그 신분을 감추기 위해 무엇으로 변장할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지요.  그들은 서로 다르게 변장하려다가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기도 합니다.  

강도로 변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 셋, 곰 인형으로 변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다섯이나 되었으니까요.  자, 드디어 탐정들이 그들의 본업, 공주님 찾기에 나서는군요.  음, 탐정들의 귀와 눈은 정말 예리한가 봅니다.  감옥에는 ‘수상쩍은 구석이 있다’고 의심받아 잡혀온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갑니다. 

 게다가 그들은 사월 첫날까지 자신이 죄가 없음을 스스로 밝히지 못하면 목이 달아날 처지입니다. 임금님은 이 모든 상황이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대장과 탐정들은 유능해 보였고 용의자가 수천 명이니 4월 첫날이면 사건은 해결될게 분명하니까요.  한편,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온 병사들 사이에서는 뭔가 큰일이 일어 날거라는 소문이 돕니다.  이를테면 전쟁같은....그런데 다른 나라의 염탐꾼이 이 말을 엿듣게 됩니다.  

그리고 온 세상의 왕들은 병사들을 모아 놓고 사월 첫날 달을 갖고 싶어 하는 공주님의 나라로 쳐들어가라는 명령을 내렸답니다.  전쟁이 정말 일어났을까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공주님이 달을 갖게 되었을까요?  작가는 마치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조곤조곤한 어조로 말합니다. 

 하지만 어쩐지 그것이 먼 나라의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세상과 비슷한 모양새로 보이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2016.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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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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