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팝니다. 싸게 팔아요! ” 구청앞 광장에 제법 넓은 돗자리를 펼쳐놓고 헌옷, 볼펜, 장난감, 가방, 천연비누등을 늘어 놓고 목청이 터져라  손님을 끌고있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들 서넛이 이달로 (두 번째 열린) 무지개 벼룩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마침 4~50대쯤 되었을 듯한 양복입은 신사한분이 소녀에게 천연비누를 가르키며 가격을 묻는다. “비누 하나에 천원이고요, 예쁜상자에 3개씩 담겨있는 선물용 비누는 만원입니다.”라고 답하는 소녀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을 발한다. 

 ‘어린이 꿈나무’란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모여 참여하게된 벼룩시장에서의 장사는 어른이 된 것 같아 재미는 있었지만 생각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속상해 하던 차에 꼭 물건을 사주실 것 같은 신사가 나타난 것이다.
  “어째서 하나 짜리는 천원이고 3개밖에 안들었는데 만원이나 하지? 이건 너무 비싼걸?”이란 신사의 말에 소녀는 순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금방 답한다. “핫핫...  그...그럼 5천원만 받을께요~ ” 소녀의 말에 신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 몇학년 이지? ” “초등학교 4학년이요. ” “이거 아주 똘똘한 아이구나. 순간적인 재치가 아주 훌륭해. 장사 수완이 대단하다.” 하며 3개짜리 천연비누세트를 사 가신다. 

  무지개벼룩시장이 열리는 구청앞 광장에는 30여 팀이 좌판을 벌리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44팀의 접수를 받고, 현장에서 4팀의 접수를 받았지만, 궂은 날씨 탓인지 접수한 팀 모두가 참석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제법 시끌벅적한 진짜 시장의 기분이 난다.

  벼룩시장 입구 초입에 어린이용 흰양말과 성인용 겨울 잠바 등을 늘어 놓고 장사를 하는 모녀인 듯한 여인 둘이 보였다. 말을 걸어 물어보니 나이차가 많이 나는 자매지간 이란다.
양말공장을 하다 망해서 마침 벼룩시장을 알게 되어 버리기 아까운 새 양말들을 팔기 위해 참여하게 되었다는 김정현(53세, 시흥4동)씨, 뚝섬에서 아들과 손녀의 헌 옷가지를 챙겨와 동생과 함께 참여한 김정희(68세)씨는 얘기도중 아들의 겨울잠바 2벌을 팔아 장사재미를 쏠쏠이 보셨다.
“헌옷 수거함에 버리려던 것을 가지고 나와 용돈 벌이도 할 수 있어 너무 좋아. 이제는 헌 거라고 막 못 버리겠어.”라고 말씀하신다.

  3살 딸아이가 입던  새 옷과 다름없는 원피스와 직접 만든 리본공예 작품등을 늘어 놓고 친구와 함께 장사를 하는 박보미(33세, 시흥2동)씨, 끼가 철철 흘러 넘치는 그냥 봐도 평범해 뵈지 않던 경기대학교 엔터동아리 자원봉사 장사꾼(?)청년들이 시장의 활기를 더한다.

안쪽 깊숙이 들어가면 초등학생쯤 되었을까? 어린이 장사꾼들이 좌판을 늘어 놓고 있다. 은행나무도서관 유경자(43세)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조잘조잘 물건을 들고 설명을 하는 ‘어린이 꿈나무’ 동아리 친구들, 구청장님한테 천연비누세트를 팔고 장사 잘 한다고 칭찬을 받았다는 구재윤(도덕초 3년)어린이, 그리고 친구들, 이 모든 사람들의 알콩달콩 시끌벅적한 무지개벼룩시장의 풍경이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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