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통신] 낼손은 중국 유학중




수업 시간에 맞춰 본관 건물의 계단을 오르는데, 몇몇의 젊은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늘 그렇듯이 눈인사를 하고 지나치려는데, 익숙한 얼굴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달려든다.  


“야! 낼손 아니야? 이게 얼마만이야? 방학했나보네.”

“응.”

“멋있어졌는걸.”


육 개월 전에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동료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이곳에 부임해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강사 휴게실에서였다. 그는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짜고짜 한국어를 가르쳐 달란다. 그동안도 비슷한 사람들이 종종 있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반을 만들어 오면 수업을 해주겠다고 건성으로 받아 넘겼다. 반을 만들만큼의 열정이 있다면 시작해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그런 사람은 없었고, 그 역시 그 범주를 뛰어넘지 않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SNS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룹 채팅방을 만들고 나를 초대한 그들은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몇 시간 만에 내가 제시한 하한선을 훨씬 웃도는 인원을 모으고 스스로 수업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만난 아프리카인 중에서 가장 추진력이 뛰어나고 열정적인 사람을 꼽으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연코 넬손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자그마치 네 개의 나라로부터 장학금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어느 나라로 가야 할까 고민하더니,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해서 그곳을 선택했다고 말하며 떠났다. 그 후, 간간이 소식을 전해오다 한동안 뜸하더니 방학을 맞이해 돌아온 것이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그의 이야기도 들을 겸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할 말이 오죽 많겠는가! 그는 스마트폰에 담긴 동영상을 재생시키는 것으로 말문을 연다. 장기 자랑을 하는 장면인데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저마다의 재치를 뽐내고 있었다. 그 중에서 풋살구 냄새가 날듯 한, 앳된 한국 아가씨를 가리키며 짝꿍이란다. 평범한 외모지만 수줍어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며 은근한 관심을 보인다. 이십대 후반, 독신인 그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어 기숙사 베란다에 쌓인 눈을 보여 준다. 처음 가까이에서 눈을 본 것이라고 했다. 여행 중 찍었다는, 연탄난로에 언 손을 녹이던 장면 역시 신기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일 년 내내 가을 날씨 같은 이곳에서 살던 그에게, 그렇게 춥고 그렇게 더울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요즘 그에게 가장 신나는 일은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스카웃 제의.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대사관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를 한다고 했다. 그를 원하는 곳이 늘어날수록 몸값도 치솟고 있단다. 말하는 내내 살짝 상기된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의 리더가 꿈인 그를 묶어 둘만큼의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은 없어 보인다. 우선 일 년 중국어를 공부한 후에, 이미 확보해 놓은 이탈리아로 건너가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니 말이다. 

 

얼마 전 동료 강사가 내게 물었다. 한국으로 보낸 편지가 며칠이면 도착하느냐고. 한국에 애인이라도 숨겨둔 것이냐며 짐짓 농담으로 받았는데, 원서를 내기 위해서였다. 주소를 보니 지방대학이다. 국비장학생 모집에 오프라인으로만 서류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쯤이면 결과가 나왔을법한데 아무 말이 없는 걸보면 결과가 좋지 않았나보다. 공연히 내가 그를 탈락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미안한 마음이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치고 외국유학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영어 강사인 나의 친구 로엘 역시 유학을 꿈꾼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는 것도, 자비로 유학을 떠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이곳의 교육자들에게 다양한 국비 유학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2018.04.08

 탄자니아에서 소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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