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 마음을 알고 싶어”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전혀 모르던 사람들을 만나고 싸우고, 때로는 친하게 지낸다. 간호사나 간병인들을 상대하는 게 어려운 일인 이유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해서이다. 꼼짝 못하는 할머니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던 간병인 아주머니, 쉬는 시간에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아파지고 할머니들을 함부로 대한다기보다는 할머니들이 참 힘들게 하는 것을 확인하고나니 내가 판단하는 게 참 얄팍하구나 싶었다. 

<헬렌이 올 때까지 기다려>를 빌려와 뒤쪽에 써 있는 글을 보고는 놀랐다. 이 책의 내용이 유령이야기라고 써있어서였다. 유령, 귀신 이런 이야기는 별로 즐기지 않는데다가 부드러운 이야기라 생각하고 요즘 황폐해진 마음에 위로가 될까 해서 읽으려 했건만, 유령 이야기라니...그러나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의 전개가 시원스럽고 잘 읽히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은 유령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어서 더 좋았다. 이야기는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어떤 아이의 이야기였고, 네 마음을 알고싶다는 또 다른 아이의 이야기였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새아버지를 맞게 된 몰리와 마이클, 그리고 새아버지의 딸인 헤더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시골의 교회로 거처를 옮기게 되고, 새 가족으로 거듭나고자 하지만 그것이 잘되지 않는다. 특히 헤더의 행동은 정말 옆에 있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헤더와 한편이 된 유령의 이름은 헬렌이다. 헬렌은 오래전 죽은 아이인데 헤더에게 나타나 자신과 같이 가기를 종용하고 몰리는 모든 상황을 알게 되어 헤더를 구해낸다. 

 알고 보니 헤더는 자신만의 큰 상처가 있었고 그것은 어찌하지 못해 새 가족과도 화합하지 못했던 것이다. 헤더는 그것을 고백하고 헬렌을 거부하고, 결국은 새 가족을 받아들인다. 아니 이들은 새로운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된다. 

 헤더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 원했지만 방법을 알지 못했다. 언니인 몰리는 헤더의 행동이 밉고 싫었지만 헤더의 마음을 알고 싶어 했고 헬렌을 부르는 사건으로 인해 정답을 찾게 되었다. 간절히 원하고 행동하니 헤더의 마음이 보인 것이다. 

“나는 네 마음을 알고 싶어” 라고 몰리의 심정으로 제목을 쓰고 나니 이 말은 요즘 내가 우리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구나 깨닫게 되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머니도 헤더만큼 상처가 있었겠지 이해하지 못할 아픔이 있었겠지 생각해본다. 

“어머니 그래도 유령은 만나지 마세요. 그저 딸 구박하면서 오래오래 같이 있어요...”

 어머니와 내가 몰리와 헤더처럼 새로운 의미의 가족으로 탄생하게 될 것인지는 기다려보면 알 게 될 것이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민경아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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