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3학년인데도 공부는 고사하고 공기놀이조차도 잘 못하고 자기 이름도 잘 못 쓰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이름도 잘 못써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공기놀이 때도 따돌림을 당하자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공기돌을 만지작거리다 선생님께 들켜 벌을 서다가 결국엔 교실 밖으로 쫓겨나서 혼자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동화책 상상 속에 빠져 교문 밖으로 나오게 되고 공기돌을 놓으며 어느 골목길 허름한 문방구의 옥상에 올라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주인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께 공기놀이 하는 법을 배우고 그 공기돌로 이름까지 쓰게 되는 내용입니다. 공기놀이 하나라도 잘 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집념과 노력을 보고 열심히 하면 할 수 있게 된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할머니께 자기의 이름을 공기돌로 써서 가르쳐준 순덕이 할머니도 글을 몰라 당신의 이름을 쓸 줄 몰랐지만 소녀와 이름이 같았기에 당신의 이름 글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름의 글자 이야기는 내 이름의 사연도 있습니다. 나에겐 이름이 세 개가 있습니다. 집안 돌림자를 넣어 지어진 이름 병례, 또 내가 태어난 후 편찮으시던 할머니께서 미음도 못 드셨었는데 미음을 드시고 기력을 회복하셨다고 지어진 이름 복희, 6.25 전쟁 때 면사무소가 폭격으로 불에 타는 바람에 경황이 없던 면서기 아저씨가 잘못 알아들어 지어진 이름 경애. 돌림자 이름은 한 번도 불려본 적이 없고 아버지 말씀으로만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입학 전까지 불렸던 이름은 지금도 친정 쪽 식구들에겐 복희라고 말해야 얼른 알아듣는 이름입니다. 

딸아이가 중학교 다니던 때의 어느 날

“엄마, 잘못 온 전화 같애. 안복희 찾아서 없다고 했는데도 자꾸 말해. 누군지 알아?”

“응, 엄마야.” 

“엄마 이름은 안경애 아니야?”

“엄마 어릴 때 이름이야.” 하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교 들어간 이후에 불리워져 지금까지 불리고 있는 경애는 한자풀이를 하면 아주 나쁜 이름이랍니다. 학교 다닐 땐 성을 붙이면 안경애 그러니까 ‘안경’이라고 놀려대서 정말 싫어했던 이름입니다. 

이젠 안경의 필요함과 고마움을 느끼고 내 스스로 별명을 ‘안경’이라 말할 수 있지만 학교 다닐 땐 정말 싫었던 이름입니다. 이름을 잘못 알아듣고 적은 면서기 아저씨 원망도 했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지어진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이름은 안 경 애.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안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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