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 원래 공부 못해




 누구나 ‘난 이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돼.’라고 하는 것이 한 가지쯤은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악기를 다루는 일 혹은 뜨개질, 바느질 아니면 기계나 전기 다루는 일... 방금 배워도 금방 잊게 되는 그런 일, 분명 다른 사람들보다 노력은 더 하는데, 다른 사람들만큼 결과물이 좋지 못한 그런 일이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나 원래 공부 못해’라는 말을 한다면 어떨까? 이 책을 보기 전에 난 분명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원래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돼!! 노력하면 되지 안 되긴 뭐가 안 돼!! 더 노력해봐!!” 그리고는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학원을 돌리든 집에서 내가 끼고 공부를 시키든 아이가 공부를 잘 할 때까지, 설명한 부분을 이해할 때까지, 가르치고 또 가르쳤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나 원래 공부 못해’라는 말을 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시골 학교에 부임한 열정 넘치는 연희샘과 원래 공부 못하는 우찬이 그리고 또래보다 성숙하고 공부 잘하는 진경이가 나온다. 연희샘은 공부는 못하지만 마음씨 착하고 성격 좋은 우찬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찬이를 공부시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찬이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공부를 잘하게 되지 않는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연희샘은 실력이 늘지 않는 우찬이가 안타깝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진경이는 선생님이 답답하다. 선생님은 이런 저런 방법으로 우찬이를 공부 시켜보지만 우찬이는 ‘난 원래 공부 못해! 난 할 일이 있어!’라며 교실을 뛰쳐나간다. 사실 우찬이는 공부는 못하지만 농장일을 어른만큼 잘 하고 가축을 몹시 좋아하는 아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선생님은 우찬이네 농장을 찾아가 보고 나서야 우찬이를 이해하려고 마음을 돌린다. 

 서울 아이들에 비해 여러 환경이 미치지 못하는 시골 아이들을 안타까워하며 열정 넘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연희샘의 모습이 마치 부모들의 모습처럼 보여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공부 엄청 잘해서 엘리트는 아니어도 남 하는 만큼은 따라가 주길 바라는 부모들, 우찬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구구단은 외우고 알파벳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연희샘, 둘이 꼭 닮아 있다. 공부를 시키는 부모나 따라가는 아이들이나, 누구를 위한 공부인지도 모르고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둘 다 힘들다. 그런데 부모나 아이들은 왜 이렇게 공부에 매달려 있을까? 사실 우찬이처럼 국어 수학 영어가 아닌 농장일을 더 잘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있다. 요리를 더 잘하고 청소를 더 잘하고 만들기, 정리, 놀기, 걷기, 뛰기...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을 잘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있는데, 부모들은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다. 아니 보아도 못 본 척 하는 건지도 모른다. 어른인 부모들의 잣대는 오직 공부라는 잣대 하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아이의 입에서 ‘난 원래 뱀은 못 키워.’라고 말하는 것은 인정 할 수 있어도 ‘난 원래 공부 못해’라는 말은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원래 뱀을 못 키운다고 뱀하고 더 친해지려고 노력해 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왜 원래 공부 못하는 것은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우찬이는 농장의 가축 기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농장일을 할 때 행복하다. 우찬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공부를 해야 할 때는 행복하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뱀이 무서운데 뱀을 키워내라고 한다면 난 행복할까? 아무도 그렇지 않을 거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공부를 포함한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을 매일 매일 더 노력해서 해내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인 부모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알아야 한다. 공부를 포함해서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원래 못 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야 우리는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해야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수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나 원래 공부 못해’라는 말을...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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