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가 들려주는 책이야기

"손 끝의 힘, 분노의 힘, 세상을 바꾸는 바로 그 힘"  요술 손가락(로알드 달 글 퀜틴 블레이크 그림)



사냥을 좋아하던 그레그씨.
아들들까지 동원해 오리들을 사냥합니다. 주인공 소녀는 화가 나거나 옳지 않은 일을 보면 손 끝에서 전기 같기도 하고 광선 같기도 한 것이 그야말로 “빠지직” 소리를 내며 나오고, 그 다음 일은 .. 아무도 모르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답니다.

부당하게 야단만 치는 답답한 선생님은 갑자기 콧수염이 자라나기도 하는 그런 우스운 일도 벌어지게 하지요.
사냥을 지나치게 할 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레그씨네 가족은 주인공 소녀의 초능력으로 자기들이 숱하게 죽인 오리로 변하고 맙니다. 오해는 마셔요. 소녀는 그레그씨네가 오리로 변하길 바란 건 아닙니다. 그저 분노를 한 것이지요. 
“빠지직” 이런 소리 뒤에 하늘을 날던 오리는 집 안으로 들어오고 그레그씨네는 잠을 자기 위해 둥지를 만들어야 하는 신세가 되지요. 오리들은 손이 달려 전화도 받고 총도 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레그씨는 날개가 달린 몸이라 날 수는 있지만 뭔가를 집어서 먹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요.
그레그씨네는 결국 오리들에게 총으로 위협을 당하는 신세가 되고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칩니다.

<마틸다>로 유명한 로알드 달의 작품입니다. 글쎄요.. 환경이다 동물 보호다 생명 존중이다 이런 거창한 구호없이도 짧은 이야기 하나로 모든 걸 평정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러한 결말 이전에 항상 필요한 것은 ‘분노’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지나치게 ‘분노할 줄 아는’삶의 태도를 잊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 아니면 나와 관계된 것이 아니니까, 그것도 아니면 혹시라도 내가 손해볼까봐 이런 생각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해도 정당한 분노들은 늘 필요하고 그 분노들이 어쩌면 세상사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할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능력이 있다면 무엇에 먼저 분노하게 될까요? 함께 생각해보셔요.  (초등 저학년부터)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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