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과와 용서?!





“나는 이번 여름방학 때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뭔데?”  “아빠를 만들 거야!”


『별맛일기』 2권 <김치말이 국수> 편의 일부 내용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 항상 요 대목에서 친구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럼 난 모른 척하고 계속 읽자고 한다. 읽다 보면 엄마만 있는 별이가 아빠와 사는 미나에게 두 사람을 연결해 주자며 작전을 짜자고 한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 그러다 이야기가 끝날 쯤 부모님들이 ‘이제 우리 사이 공개해도 될 것 같아요.^^’라고 핸드폰 문자를 주고받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면 읽던 아이들이 모두 잘 됐다고 환성을 지른다. 마치 자기가 미나나 별이인 것처럼 좋아한다. 금방 별이와 미나의 마음이 된 것이다. 



『별맛일기』는 만화책이다. 어린이월간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되었던 만화다. 단순히 연필로 그리고 쓴 흑백만화다. 하지만 결코 단순한 만화책은 아니다. 소박하고 건강한 요리법이 소개된 요리만화책이다. 실제 아무 색도 칠해지지 않았지만 읽다 보면 연한 노랑과 분홍이 느껴진다. 나는 이 책에서 <김치말이 국수>편을 제일 좋아한다. 엄마, 아빠의 결혼을 응원하는 아이들 모습이 참 신선하다. 사실 어린이책에서 부모님들의 이혼이나 재혼에 대해 다룬 책들은 좀 있다. 한부모 가정 이야기도 제법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책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힘든 마음을 견뎌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 주인공 별이는 다르다.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솔직히 보여주고 아빠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드물게 아이가 엄마의 결혼을 도와주는 책으로 에즈라 잭 키츠의 『루이의 아빠 찾기(Louie’s Search)』란 책이 있기도 하다. 그 책에서 루이는 우연히 아빠와 엄마를 연결해주게 되었다. 그에 비해 『별맛일기』의 별이는 아빠를 갖고 싶어 스스로 적극적인 중매쟁이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별이는 가정을 행복하게 꾸려갈 책임 있는 한 사람이 된다. 

 

이 책은 요리만화책이니 배우고 싶은 요리편부터 순서 없이 봐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읽다 보면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어진다. 그러니 차례차례 천천히 읽어야 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여럿이 함께 본다면 만화 캐릭터에 맞게 실감나는 목소리로 역할을 나누어 연극하듯이 읽으면 더 재미있는 책이다. 미혼모나 다문화, 동성애에 관한 문제나 기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일들도 다루고 있으니 그런 것들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며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맛있는 일기인 만큼 주인공 별이의 요리를 직접 따라하며 맛있게 읽어주는 게 가장 재미있게 읽는 법 아닐까?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정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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