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곰에게 잡혀간 우리아빠



허은미 저/김진화 그림 | 여유당


아빠는 왜 불곰에게 잡혀갔을까? 내지를 보면 불곰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곰의 탈을 쓴... 누군가가 있다.

첫 장을 펼치면 불곰이 누구인가 바로 알게 된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불곰처럼 빨개지고 아침마다 집안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엄마는 별명이 불곰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소리치는 불곰에게 쫓겨 등교한 아이는 ‘우리 가족’이란 제목으로 동시를 짓는다. 아빠, 동생, 순덕이(고양이)가 좋은 이유는 척척 쓰지만 “엄마는 왜 좋은지 모르겠다.”고 시를 맺은 아이는 그때부터 엄마가 좋은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불곰을 묘사하는 내용이 뜨끔하다. 불곰의 모습을 보면서 멋쩍어서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 아이들의 반응은 각각 다르다. 저학년은 왜 엄마가 불곰인지 크게 공감하지 않는 듯하다. 아직까지는 이 세상 최고인 엄마가 불곰 같은 존재라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나보다. 고학년은 반응이 다르다. 불곰이 엄마인 것을 알면서부터 쿡쿡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엄마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기로 접어들어서 그런 것 같다. 집에 있는 엄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아빠가 불곰을 만나서 엄마와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아이는 생각이 많아진다. 아빠가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 이후 외할머니댁을 가서 엄마의 어릴 적 사진 부터 결혼 전 아주 예뻤던 아가씨 시절 사진을 보게 되는 아이.

엄마도 이전에는 나처럼 아이였었고 엄마의 엄마에게서 사랑받고 자란 존재라는 것을 느낀 후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마지막에 아이는 여전히 불곰에게 쫓겨서 학교를 가지만 아이의 발걸음이 가볍고 표정이 밝다. ‘우리 가족’ 동시에 엄마의 좋은 점을 찾아서 마지막을 완성한다. 

마지막 아이의 동시 내용은 무엇일까? 엄마와 의견 충돌을 보이며 방황하는 고학년 친구들에게는 엄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천사표 엄마가 꿈이었지만 현실은 고함쟁이인 엄마들에게는 공감과 위로가 되는 책인 것 같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박현진


*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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