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르셋에서 벗어나자




코르셋(corset)은 미적 목적 또는 의학적 목적으로 몸통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입는 것이다. 19세기에 여성의 몸매 보정 속옷이라는 의미로 코르셋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SNS에서 자주 보이는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들에게만 강요되는 메이크업, 옷차림 등에서 벗어나자는 운동이다. 여성들은 코르셋처럼 신체뿐만 아니라 정식적으로 자신들을 억압하는 꾸밈노동을 거부하고 있다. 집 밖에 나가기 위한 메이크업,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관리해야 하는 몸매, 김치녀 또는 촌스럽게 안 보이려는 옷차림... 이 모든 것은 사회가 '여자는 항상 아름답고 예뻐야 한다'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꾸밈을 강요하는 코르셋이다.


 사람들이 갑자기 탈코르셋을 하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되면서, 또는 그 이전부터 여성들 사이에서 "모든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꾸밀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중 여성이라면 누구든지 경험했을 일들이 이유다. 친구들, 직장, 심지어 가족들이나 처음보는 사람들까지 외모에 대해 품평을 한다. 특히 타인에게 관심이 지나치게 많은 대한민국 사회는 누군가가 짧은 치마만 입어도 "머리 비어 보인다.", "어울리지도 않는데 왜 입냐."라는 식으로 쑥덕거린다. 사회의 외모 품평질 때문에 많은 여성들에게 꾸미는 것은 큰 스트레스이다. 살이 조금만 쪄도 "너는 게으르다", "살찐 모습이 부끄럽다" 라고 하는 가족들의 말이 상처가 되고, "여자답지 못하다", "여성스러움이 없다" "바지가 뭐냐, 치마를 입어라"라는 타인의 말에 짜증이 솟구친다. 자신의 신체 중 일부가 콤플렉스여서 또는 사고로 다쳐서 성형수술을 하면, "수술하니까 더 예쁘다.", "역시 돈이 있어야 한다." 등 수술에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멋대로 평가를 한다. 


 탈코르셋을 하는 사람들은 "꾸밈노동은 나에게 스트레스다.", "여성은 화장과 여성스러운 옷차림이 기본이라고 강요하는 사회의 여성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탈코르셋은 여성의 권리를 되찾아오는 운동이다." 라고 말한다. 립 제품이나 마스카라 같은 화장품으로 '탈코르셋'이라고 적은 종이를 찍고, 숏컷이나 삭발을 한 자신의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으로 '탈코르셋 인증'을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만이 아닌 10대도 탈코르셋 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 사회의 외모억압은 어린 청소년들에게도 해당된다는 뜻이다.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학생이면 학생답게 외모에 신경쓰지 말라고 지적을 했으면서, 대학생이 되면 어른이니 화장을 안 하는건 죄악이라고 강요를 하는 한국사회의 이중잣대가 끔찍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하지만 탈코르셋 운동이 오히려 역코르셋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탈코르셋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며 탈코르셋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권유하는 사람들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결국 탈코르셋 운동도 사회와 남자의 시선을 의식하는 행동이다.", "코르셋의 억압되어 있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탈코를 하라는 건 강요에 불과하다.", "억압이 아닌 나의 만족감을 위해서인데, 강요하지 말라." 라고 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인터넷 매체들은 탈코르셋을 한 사람들과 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탈코르셋을 둘러싼 여여 갈등'이라면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다)식의 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


 아직 탈코르셋을 하지 않은 또는 원래부터 노메이크업과 숏컷을 추구하던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나의 옷장에는 허리선이 들어가 있지 않고 소매가 짧지 않은 남성용 티셔츠가 많다. 다리털, 팔털을 제모한 적이 없으며, 외출시에는 멋지고 예쁜 옷을 입되 내가 입고 싶은 옷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나도 탈코르셋을 해야하는 걸까? 끝이 갈라지지 않게 에센스만 바르는 머리칼을 자르고, 잘 쓰지도 않는 파운데이션과 피부 건강을 위해 매일 쓰는 썬크림을 버려야 하는 걸까?

 탈코르셋이 무조건 옳다, 옳지 않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모든 여성들은 이미 수 세기 동안 수 많은 코르셋에 억압되어 왔다. 억압에서 벗어나 선택권을 되찾으려는 탈코르셋 운동이 또다른 억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지수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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