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업무’가 되는 죽음 - 무연고 사망자 장례 현장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 독산 장례식장 지하에서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장례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본지 기자가 찾아갔을 때 마을장례지원단 이은춘 단장과 박철수 장례지도사는 고인에게 수의를 입히고 시신을 닦고 있었다. 고인은 지난 주 병원에서 눈을 감은 우 모씨로, 장례를 치러줄 가족이나 주변 인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연고 사망자다.
이은춘 단장에 따르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사망자가 발생하면 대부분은 지역 내 장례식장에 안치된다. 안치된 상태로 구청에서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이 하루에서 일주일 정도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가족 등 연고자와 연락을 취하게 된다. 연고자가 아예 없거나 시신 인수를 거부, 기피한 관내 사망자는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고 서울시에서 지정된 용역업체가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지정한 화장시설인 서울시립승화원에 운구하여 화장 처리한다.
이 날, 자원봉사를 나온 이은춘 씨는 “우리 지역에 있다가 돌아가신 것이다. 홈리스였을 수도 있다. 서울시에서는 무연고자 사망 시 입찰로 뽑은 용역을 사용해서 장례를 치룬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수의 한 벌 제대로 입히는지 확인도 안하고 담당 공무원은 나오지도 않는다. 그래도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은 돌봐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걸 할 수 있는 건 지역밖에 없다.”라며 무연고 사망자를 ‘사체처리’로 취급하는 행정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박철수 지도사 역시 “대부분 시신은,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히는 등 염하는 과정을 거쳐 입관을 한 후에는 다시 꺼내지 않고 화장을 한다. 그런데 이은춘 선생님 연락을 받고 여기에 오니 염하는 과정도 없이 일단 관 속에 넣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온 수의와 물품으로 염습을 했는데 서울시가 용역업체가 (장제를)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화성시에서는 무연고 사망자 발생 시 직영으로 운영되는 장례식장에서 장제를 맡는다. 이렇게 되면 장례를 치룰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없더라도 장례식장 직원들이 한 분 한 분 정성껏 해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무연고사망자 처리 담당자인 박영실 주무관은 “무연고 사망자는 99년부터 당시 시장 방침 하에 따라 시에서 처리하고 있고 1년 예산이 7억 정도 된다. 이은춘씨 의견대로, 가능하면 자치구에서 각각 진행하는 게 좋겠지만 자치구에서 인력도 충분하지 않고,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업무를 맡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게 관대하지 않다. 경제활동 자립이 어려운 이들은 대개 복지 정책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일부 시민들은 이런 정책들에 세금이 낭비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연고 사망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주권과 존엄을 가진 시민으로서 대우받을 기회나 환경이 충분했다면 정말 ‘무연고’로 남았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를 ‘처리’로 여기는 모습은 이 사회가 산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박새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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