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꿈부터 이뤄볼 수 있는 곳 원테이블을 만나다



지난 17일 뽐 시상식, 금나래아트홀을 가득 채운 웃음소리가 있었다. 시흥5동에서 원테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정보희 씨(보)와 김효선 씨(효)는 그렇게 뽐 시상식이 너무 신난다며 무한한 즐거움을 표현했다. 그만 좀 웃으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들뜨고 신난 두 청년,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행복하게 만든 걸까?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마저 피식 웃게 만드는 모습에 용기 내어 시상식이 시작하기도 전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초청을 받아 시상식에 온 것만으로도 그토록 기뻤던 이들의 비밀을 들어보았다.





     

원테이블은 어떤 곳인가?

보 : 2015년부터 청소년들이 편하게 놀러 와서 밥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2년 정도 교육복지센터 류경숙 선생님과 지역의 청소년에 대해 신경 쓰시는 분들이 운영을 했다. 방과 후에 갈 곳 없는 친구들이 오면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만들어주시는 밥도 같이 먹고 핸드폰 하기도 하고 쉬어가는 공간이다. 그러다 올해 3월부터는 청소년들이 오갈 수 있는 장소로서 기능을 가져가되 색깔을 다르게 가자고 얘기가 돼서 책방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원테이블과의 만남?

보 :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픽업 되었다. (웃음) 류경숙 선생님과 원래 알고 지내다가 17년 7월에 마을에 재밌는 일 있으니까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주셨다. 그간 인턴 생활은 했었지만 당시에는 취업이 잘 되지 않아 심적으로 침체되어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류 선생님과 스무계단 프로그램을 같이 기획해서 활동을 했다. 스무계단은 후기청소년(19세~20세)이면서 학교에 흥미가 없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17주 동안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원테이블 프로그램이다. 그 후에 원테이블에서 보조강사로 같이 운영해보자고 제안을 받아 맡게 되었다. 


책방으로 바뀌고 나서 달라진 점?

연령대가 많이 다양해졌다. 주중에는 교육복지센터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청소년들은 주말에 많이 온다. 아기 데려오시는 분들이 시간 보내고 가시기도 하고 마을 사는 아이들이 물 달라고 들어오기도 한다. 책방이라는 컨텐츠 덕에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  



운영비는 어떻게?

보 : 가장 많이 기여는 센터장님이다. 사비로도  많이 하셨고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청바지란 모임이 있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지역모임‘의 준말로 여기서 회비를 내시는 분들이 법인 지원금 매달 정기적인 후원을 해주신다. 또 소소하지만 개인적으로 해주시는 후원금도 있고. 



원테이블은 나에게 어떤 곳?

효 : 앞으로 더 좋아질 곳이다. 사실 원테이블에 오기 전엔 직업이 프리랜서이기도 하고 ‘소속감’이란 단어를 인생에서 느껴본 적이 없었다. 처음 원테이블 왔을 때는 편하게 있을 곳이 생겨서 좋았는데 가면 갈수록 누군가와 함께 만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곳이라서 더 오고 싶고 그러면서 동네에 소속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느끼고 나서부터 어딜 나가서 불안함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동네 빽(?)이 생긴 것이다. 한편으로는 어렸을 때는 친구에게 우리만의 놀이터에 놀러와, 우리 집에서 뭐 하자 말하기가 쉬웠는데 커서는 거의 못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원테이블에서 일하고 나서부터는 여기 와서 같이 놀자고,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진심으로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게 되었다.

보 : 한마디로 말하면 꿈꾸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무대가 생긴 느낌이다. 오랫동안 FM적인 삶을 살도록 주입을 받았다. 대학가서 졸업하면 취업하고 정해진 길대로만 가는 것 말고는 생각하질 못했다. 여전히 집에서는 공무원이 되라는 얘기를 한다. 그 길이 아닌 다른 걸 꿈꿀 수는 없고 나이는 점점 많아지던 차에 그 길이 아니라도 다른 일이 있다는 걸 원테이블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백지 같은 곳이라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차츰 내가 중·고등학생 때 때 꿈꿨던 걸 도전을 하게 되기도 하고 도전에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예전에는 삶이 한 가지색으로만 그리는 뎃생 같았다면 원테이블을 만나고 나서는 다양한 색의 수채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삶에 해야 할 것만 있었다면 이제 하고 싶은 게 생긴 것이다.



어렵거나 힘든 부분은 없는지?

효 : 처음에는 사회에 당연한, 사람들 사이의 선이라는 게 마을에는 없다는 게 적응이 안됐다. 아무 인기척 없이 갑자기 문 열고 훅 들어오시는 것들.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들어서 그게 좀 힘들었고 그때마다 보희쌤이랑 얘기를 많이 했다.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때그때마다 함께 이야기 공감하면서 마음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해답 아닌 해답이지만 내가 나로써 존재하자, 우리가 조금 더 주인공이 되는 곳으로 만들자는 결론을 내리고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친절하자,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선을 만들자는 합의가 생겨서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감정노동을 하지 않는 선을 찾았다는 게 흥미롭다.

효 : 처음 일할 때는 눈치가 보였다.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직접 만든 게 아니라 (원테이블이) 만들어져 있는 상태에서 플러스가 된 것이니 훼손되면 안 된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주민 앞에 섰을 때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런 마음들이 들 때마다 서로 말하면서 우리가 재밌는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놀 수 있는 것들을 풀어냈다. 그러다 보니 뽐 시상식에 초대를 받은 것이다. 나 답게, 우리답게 살려고 노력했을 뿐인데 상을 받게된다는 게 너무 신났다. 그날도 이렇게 긴장 안 해도 되나, 싶고 대상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그냥 우리가 매일 이 공간에서 즐기듯이 시상식에도 놀러간 것이다. 옆에 그만 좀 웃으라고 지적까지 당했다.(웃음) 너무 신났다, 모든 활동에 우리답게, 나답게 하자는 생각이 드니까 어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원테이블은 어려움이 해결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보 : 이제껏 살아온 성향이 정답만 찾고, 정답대로만 하는 게 익숙했다. 그런데 이 공간과 마을이라는 곳은 정답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려가는 사람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고나선 그걸 해본 적이 없어서 힘들었다. 다른 일들은 어느 정도할지 정하고 따라가면 결과가 나오고 하는데 마을일은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서 자기 직면부터 해야 한다. 나 스스로를 먼저 보고 뭘 하고 싶고, 뭘 담고 싶은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걸 성찰을 한다. 그 동안은 답안지가 없다는 게 불안했다. 내가 그린대로 그려지는 곳이란 걸 알고는 있지만 계속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나다울 수 있는 것이 뭘까, 하고 싶은 것이 뭘까, 일단 가능한 많이 그려보자고 계속 주문을 외운다. 요즘에는 그 결과가 나만의 가치가 아니라 마을의 가치나 공동체, 사회적 가치를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효 : 연초에 했던 일들을 정리하며 쓴 글이 ‘경쟁하지 않고 나는 이곳에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마을 활동하면서도 경쟁해야하고 시간을 가져야하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셨도 그게 가장 크게 배운 것이다. 넌 뭘 해도 괜찮아, 뭘 해도 잘한다 해주니까 너무 행복하다. 현실을 들이대며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뭐든 하면 좋겠다고, 제약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저버리지 않고 소소한 꿈이라도 뭐든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빛날테니’.

보 : 돌이켜보면 올 한해가 원테이블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인 것 같다. 우리마을이 생각보다 따뜻한 곳이란 느낌을 받았고 원테이블도 그런 느낌을 주는 곳이 되고 싶다. 2019년도 기대해주세요~


박새솜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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