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철도 시공 감리로 파견 나온 정선생님은 가끔 본인이 쓰신 시나 수필을 보내주시곤 한다. 일 자체가 워낙 역동적이고 특수해서 일반인이 경험해 보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그 경험을 정밀 묘사하듯 세세하게 설명하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이고, 사진까지 첨부하기에 조금 거친 듯해도 글에 힘이 있다.   
오늘은 일요일. 늦잠을 자고 일어나 밤사이 지인들의 소식을 확인하는데, 전쟁터를 방불하게 하는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온다. 곧이어, 내가 살고 있는 인구 30여만의 소도시 모로고로에서, 로 시작되는 긴 글이 보인다. 유조차가 전복되어 탱크에서 기름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이 몰려든 상황에서 폭발이 일어나 100여명이 넘는 사망자가 생겼다는 것이 요지였다.
원인은 두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오토바이와의 충돌, 다른 하나는 졸음 운전이란 것이다. 그는 후자에 방점을 두는 듯하다. 다르에스살람에서 출발한 유조차가 아침 7시에 모로고로에서 사고를 낸 것으로 보아 밤길을 달려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탄자니아는 야간 운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음베야에서 일할 때는 자주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왠만한 장거리 여행에는 버스를 이용했다. 저렴한 비용이 장점이었지만 길을 좋아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그런데 한 번은 버스가 종착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소도시의 정류장에 서더니, 아침이 될 때까지 움직이지를 않아 죽을 고생을 했다. 많이 걸려도 9시간이면 가능한 거리였기에 게으름을 피우다, 늦게 출발하는 버스를 탄 것이 사단이었다. 그 이후로 장거리 버스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을 정도이니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어쨌든, 불법임을 알고도 트럭 운전사들이 야간 운행을 감행하는 것은 열악한 도로 사정과 낮에 시시각각 만나게 되는 부패한 교통경찰 때문이란 것이다. 지금 다르에스살람 중심부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어서 출퇴근 시간이면 극심한 교통 정체로 도시가 몸살을 앓고, 고속도로도 편도 일 차선 구간이 많아 곳곳에서 정체를 일으킨다. 그러니 시간이 돈인 기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밤길을 달리는 것이다. 부패한 교통 경찰을 원인으로 꼽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나는 일주일에 두어 번 출장을 가는 데, 도로 곳곳에서 차를 세우는 경찰 때문에 지체되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역시 과장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형 사고 희생자는 사회적 약자이다. 이 사고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도로 주변에 살고 있던 가난한 서민들과 삐끼삐끼라고 하는 오토바이 운전 기사다. 유조차에서 쏟아진 기름을 훔치려고 모여든 사람들과 기동력 있는 오토바이 기사들이 소문을 듣고 가세해 인산인해가 된 것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가 차의 배터리를 떼어내면서 스파크가 일며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유조차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이번 사고만이 아니고 주변 국가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위험에 대한 무감각도 원인중의 하나이겠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고가 상품인 휘발류는 큰 유혹이 되는 것이다. 오토바이 기사들이 휘발유가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 모를 리 없지만, 적은 수입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당장 눈앞에 떨어진 행운을 모르는 척 지나치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의 대형 참사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는 말이 있지만, 이번의 대참사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은, 탄자니아에 도착해서 5주간 머문 모로고로 언어학교에서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다음 세상에는 좀 더 풍족하고 빈부의 격차가 없는 곳에서 태어나길...

탄자니아에서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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