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와서, 그것도 산골 마을에서 양성 평등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줄은 몰랐다.
모니터링 중에 현지 직원, 마사웨가 나를 쳐다본다. 한 아낙이 내게 물어봐 달라고 한단다. 어떻게 하면 남편이 아내를 버리지 않게 할 수 있는지. 모여 있는 여자들 중 몇 명이 혼자 아이를 키우며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남편이 있는 여성들도 그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젊은 여자를 만나면 가족은 나 몰라라, 하고 떠나는 남자가 많기 때문이란다. 자신만의 몫으로 남겨진 아이들을 책임져야하는 버거운 삶이 기다리고 있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이국의 여인. 그것도 생전 처음 보는 나에게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며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땐 참 난감하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그녀들의 눈은 모두 나를 향하고 있는데. 궁색하지만 한마디 한다. 교육이라고.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는 여성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경제적 자립에 역점을 둔다. 경제적으로 홀로서기가 이루어져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경영교육과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 사업을 다각화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습 교육을 병행한다. 또한 여성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남성들을 포함한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한 인식강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양성평등 교육에 포커스를 맞추고, 성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층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었다. 


이곳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곳이야말로 양성평등 교육이 절실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남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독립적인 개체임을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남편에게 버려질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키고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키바하 교육 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오지의 여성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 마을에만도 우리 프로그램의 피교육 대상자가 80여명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의 마을에서도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게 전한다. 결과가 좋으면 주기적으로 다양한 마을을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마사웨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사이, 나는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교육을 진행할만한 장소 여부와 임대가 가능한지 등을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큰길가에 위치한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80명은 너끈히 수용할 수 있는 넓이를 가졌고 접근성이 좋다는 게 이유였다. 교회나 성당, 이슬람 사원을 빌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듯하다. 한 두 번의 교육으로 사고의 대전환이 일어나거나 삶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가기보다 자신도 한 개체로 존중받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만 되어도 절반의 성공이 아닐까? 
내게 준 숙제다. 그녀들이.   

탄자니아에서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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