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 개정안 ‘빈곤’이라는 두 글자 삭제 못해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서울시의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안됐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8월23일부터 9월6일까지 제289회 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서울시 여성청소년 생리대보편지급 운동본부’와 함께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제도 마련을 위해 발의한 ‘서울특별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다.
개정 안은 조례의 제19조 ⑥ 항의 “(서울)시장은 빈곤 여성 어린이ㆍ청소년의 위생관리 및 건강 증진을 위하여 관련 교육 및 정보 제공, 위생용품 지원 등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이 중 ‘빈곤’이라는 두 글자를 삭제하는 것이다. 
권수정 의원에 따르면 개회하기 전날까지 해당 상임위인 행경자치위원회에 상정을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고 끝내 상정이 보류됐다. 다만 기본적으로 11세~18세 여성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400억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대해 권의원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몸의 특성이다. 그 여성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차별받지 않으면서 월경을 하는 것은 기본권의 문제로 2013년에는 UN도 기본권의 문제라고 발표를 했다. 그런데 작은 차별에도 민감한 청소년시기에 가난을 증명해야 생리용품을 지원 받아야 하는 환경은 없애야 한다.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높고 세계적 위상을 가진 도시임에도 400억의 예산을 아까워 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다시 조성하는데 조 단위 예산이 논의되고 있고, 제로페이 홍보에 몇 백억이 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후세대에게 국가가 당신의 몸을 존중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의 몸과 청소년을 위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여성환경연대,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 등 총 32개 단체들이  ‘서울시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운동본부’를 구성했다. 또 지난 7월31일에는 ‘서울특별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권 의원은  “2016년 깔창생리대 사연이 소개된 이후 생리대는 선별적 복지 물품이 아닌 공공재로서 국가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으며, 오늘 발의되는 ‘서울특별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결과”라고 말했다. 

2019년 4월 말 기준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저소득층 여성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사업의 전국 신청률은 62.6% 이며, 서울은 57.8%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아동수당 신청률 98.3%다. 이 차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안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저조한 신청률의 배경에 ‘빈곤’이라는 두 글자가 드리워져 있지 않다고 감히 누가 장담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운동본부와 권 의원은 서울시의회가 조례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2019년 4월 12일 경기도 여주시는 ‘여주시 여성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조례’를 통과시켜 전국최초로 여주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만 11살 이상 18살 이하의 여성청소년 4천여명이 생리대 구매비 또는 교환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