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통신 시즌2>

 

 

 

어느 날,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그 무렵 나는 사용 가능한 제품을 교육의 결과물로 내놓고 싶었다. 첫 시도로 앞치마를 만든 후, 실크 스크린으로 회사 로고와 아프리카 문양을 새기기로 했다. 원했던 결과물이 나오면 그것이 상품으로의 가치가 있는 지 시험해 볼 작정이었다. 실습 재료가 될 앞치마를 만들 솜씨 좋은 사람과 그 물건을 팔아보게 할 여성을 찾고 있던 때였다. 그녀는 마침 양장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앞치마 샘플을 만들어 보라고 주문했다.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다시 만났을 때 내가 원하던 물건을 내밀었다. 손이 예상외로 야물었다. 가격도 그만하면 괜찮다. 실습에 필요한 개수를 파악해 주문을 넣었고, 약속 시간에 물건을 받았다. 테크닉만을 가르치던 예전의 수업 방식에서 한 단계 나아가 실생활에서 사용할 완제품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캐서린과 나의 첫 거래는 훌륭했게 마무리 되었다.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나의 바람을 이룰 수 있을까? 나는 그녀를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었다. 몇 번의 기회를 주고, 그녀가 주인공으로의 그릇이 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후원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할 선물이 필요했다. 우리 사업지의 특산물 중에 캐슈넛을 잘 포장한다면 훌륭한 선물이 될 것이다. 캐슈넛을 담을 주머니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곳 전통 천인 키텡게로 복주머니를 만들어 보자.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쯤이랄 수 있는 가리야코로 가서 아프리카 문양이 새겨진 천을 떠왔다. 겉감은 바탕색이 검정색이라 속감으로는 겉이 비치는 빨강색을 선택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후 꽤 예쁜 수제 견본이 만들어졌다. 견본을 내밀며 똑같이 만들 수 있겠는지 물었다. 문제없단다. 그래도 미심쩍어 우선 한 개를 만들게 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예쁘게 만든 복주머니를 가지고 왔고, 다량의 물건을 만들게 했다. 
출장자 편에 보내야 하는 데, 날짜는 다가오는 데 물건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찌 된 건가? 여러 번 독촉 끝에 전해 받은 물건은 크기가 제각각이다. 끈이 들어가는 부분도 어떤 건 너무 넓고, 어떤 건 너무 좁아 여닫는 것마저 여의치 않다. 새로 만들 시간은 없다. 이미 약속한 것인데 건네는 수밖에. 화를 낼 수도 없고, 그저 한마디 했다. 이번 건 실망스럽다고. 그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왜? 아...... 왜냐고? 정말 모른단 말인가? 
한 번 더 속아 보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그래도 한 번은 성공하지 않았던가? 삼세판이라고 했다. 이번엔 학생용 가방 견본을 내밀며 만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참 잘한다. 할 수 있다고. 그런데 이번엔 견본마저 전해 받지 못했다. 아프리카 생활 5년차다, 나도 알만큼 안다. 이곳을. 이곳 사람들을. 그녀에게만 목매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를 통한 성공스토리 만들기는 물 건너갔다. 그녀가 목적은 아니었으니 괜찮다. 다만, 우리가 하는 교육이 단지 새로운 경험으로 그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소득과 연결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여성의 자립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은 성공이 주위로 퍼져나가 빛이 되길 희망했다.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이글을 쓰며 생각한다. 나도 할 수 없었던 성공을, 그녀에게 요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나도 무임승차하고 싶었던 것일까?

탄자니아에서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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